떠나는 님을 배웅하며…

By |2009-05-29T06:19:33+00:005월 29th, 2009|옛 게시판/옛 회원게시판|

12시가 되어 서둘러 경복궁 동십자각 앞으로 향했습니다.

회사가 삼청동이어서 그곳까지는 걸어서도 얼마 안 되는 거리이지요.

하지만 오늘은 그 가까운 거리를 인도를 따라 촘촘히 세워놓은 경찰차와 통행을 제한하는 폴리스라인에 막혀 골목골목을 돌아서 한참을 걸어가야 했습니다.

운구차가 경복궁을 떠나기 전에 도착해야 할텐데… 발걸음을 서둘러 동십자각 앞에 도착했지만 그곳은 이미 사람들로 꽉 차 있었습니다.

화단 같은 곳에 올라서 있는 사람, 까치발을 하고 있는 사람, 통행을 제한하는 경찰들 사이로 고개를 내미는 사람…

모두들 운구차가 나오기를 기다리며 그렇게 서성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경복궁 앞 큰길을 바라볼 수 있는 인도 쪽으로 건너갈 수 있도록 길이 열렸습니다. 경찰이 그쪽으로 건너가라고 안내를 해 주더군요.

많은 사람들이 노무현 대통령님의 가시는 길을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에서 배웅하기 위해 자리를 옮겼습니다.

그리고 이윽고…

영결식을 마친 운구차가 노무현 대통령님의 영정을 앞세우고 천천히 국민들 앞으로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눈물이 왈칵 솟아오르는 것을 가까스로 참았습니다.

하지만 동십자각 앞에서 잠시 멈춰서 있던 운구차가 서서히 노제를 올릴 서울광장 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더군요.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제 정녕 떠나시는 건가요… 부디 가시는 그 곳에서는 평안히 쉬세요…’

그 모습을 지켜보던 어느 누군가도 슬피 울고 있는지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모두 그렇게 가슴으로부터 눈물을 흘렸을겁니다.

운구차가 세종로 쪽으로 모습을 감추자 그 모습을 지켜보던 시민들도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세종로로 나가는 길 역시 경찰차와 경찰들로 막혀있었지만, 사람들은 조금씩 열려있는 길 사이로, 지하도를 건너가면서 그렇게 운구차를 따랐습니다.

정부청사 쪽으로 나와서 세종문화회관 앞쪽으로 가는 길 또한 이미 수많은 시민들로 가득 차 있어서 영정사진 위쪽만 길가에 서서 배웅하는 사람들 머리위로 보일 뿐이었습니다.

그래도 그 모습을 눈으로 쫓으며 운구차와 나란히 걸었고, 걷는 내내 흐르는 눈물을 닦아야 했습니다.

인도를 따라 서 있는 가로수들에는 노란색 풍선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고, 하늘에서는 노란색 비행기들이 날아다녔습니다.

건물위에서 지켜보던 사람들도 비행기를 날렸고, 운구차를 따라 걷던 사람들도 길 위에 떨어진 비행기를 주워 노무현 대통령님께서 지나가시는 길을 향해 날렸습니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외침들은 마음을 더욱 쨘하게 만들더군요.

“안녕히 가세요!”

“잘 가세요!”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그 분 가시는 모습을 지켜보던 시민들은 저마다 그렇게 외쳤고, 어떤 이들은 목 놓아 통곡을 하기도 했습니다.

검은 양복을 입고 걸어가며 연신 눈물을 훔치던 남자 분의 뒷모습은 더더욱 슬펐지요.

그곳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슬픔의 눈물을 흘리며 가시는 분을 배웅하고 있었습니다.

광화문 네거리에 도착했을 때.

더 이상 진행할 수는 없었습니다.

사람들이 많았기도 했지만, 다시 회사로 돌아와야 할 시간이었거든요.

동아일보 옥외광고판에서 시청광장을 생중계 해주고 있어서 잠시 지켜보다가 왔던 길을 되돌아 가야했습니다.

수많은 인파와 경찰들로 가득했던 거리가 빠른 속도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 신기하더군요.

다만 장례행렬 뒤를 따라 이제는 세종로 차도위로 길게 이어지는 시민들의 무거운 움직임과 여전히 바람에 나부끼고 있는 노란 풍선만이 방금 전 이 곳이 추모의 인파로 가득했었다는 것을 상기시켜줄 뿐이었습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오늘을 얼마나 오랫동안 기억하게 될까…’

나중에 더 많은 시간이 흐른 후, 2009년의 오늘을 돌아보는 영상을 접하게 된다면,‘저때에 나도 저곳에 있었는데…우리에게 그런 대통령이 있었지….’하며 오늘을 회상하게 되겠지요.

슬픔은 눈물로 이 모든 것이 지금 현재의 일임을 알게 하지만… 아직도 그 분이 더 이상 이 세상에 머무는 분이 아니라는 사실은 믿겨지지 않습니다.

사무실에 들어와 YTN 뉴스를 보니 시청광장의 노제를 생중계해주는 화면 아래로 ‘삼성 에버랜드’사건과 관련하여 이건희 회장 사실상 무죄라는 기사가 뜨고…

용산 시위에 참여했던 고대녀가 구속되었다는 기사가 포털에 떠있고…

가슴은 다시 답답해질 뿐입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드네요.

쥐는 사람을 무서워하며 어두운 곳에 숨어 살잖아요.

이 세상이… 진정 노무현 대통령님이 꿈꾸었던‘사람 사는 세상’이 된다면… 겁 없이 나와서 설쳐대는 쥐들도 자취를 감추지 않을까라는….

그냥 안타깝고, 속상하고, 분한 마음에 끄적이다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