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난 돌이 정 맞는다

By |2009-06-01T05:33:35+00:006월 1st, 2009|옛 게시판/옛 회원게시판|

“600년 동안 한국에서 부귀영화를 누리고자 하는 사람은

모두 권력에 줄을 서서 손바닥을 비비고 머리를 조아려야 했습니다.

그저 밥이나 먹고 살고 싶으면 세상에서 어떤 부정이 저질러지고 있어도,

어떤 불의가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어도,

강자가 부당하게 약자를 짓밟고 있어도 모른척하고 고개 숙이고 외면했어요.

눈 감고 귀를 막고, 비굴한 삶을 사는 사람만이 목숨을 부지하면서

밥이라도 먹고 살 수 있었던 우리 600년의 역사……

제 어머니가 제게 남겨줬던 저희 가훈은

‘야 이놈아, 모난 돌이 정 맞는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바람 부는 대로 물결 치는 대로 눈치 보며 살아라’고 했습니다.

80년대 시위하다 감옥 간 정의롭고 혈기 넘치는 젊은 아이들에게

그 어머니들이 간곡히 간곡히 타일렀던 그 들의 가훈 역시

‘야 이놈아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그만둬라. 너는 뒤로 빠져라……’

이 비겁한 교훈을 가르쳐야 했던 우리의 600년 역사,

이 역사를 청산해야 합니다.

권력에 맞서 당당하게, 권력을 쟁취하는 우리의 역사가

이뤄져야만이 이제 비로소 우리 젊은이들이 떳떳하게 정의를 얘기할 수 있고,

떳떳하게 불의에 맞설 수 있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 노무현 전대통령 2002년 대선 연설 중 –

추모열기는 무엇인가?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다른 사람은 잘 모르겠고

난 왜 추모했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의 정책을 다 동의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기득권을 가진 오래된 권력과 타협하지 않고

약자의 편에 서려고 했던 그의 철학과 자세를 높이 평가합니다.

그러나 노무현 전 대통령은 스스로

모난 돌이 되었고 수없이 많은 정을 맞으며 부서지고 말았습니다.

아마도 혼자 부서지도록 놔둔

그것이 미안했나 봅니다.

그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던 사람이, 사랑하던 손녀를 놔두고

바위에서 몸을 던질 때 그가 가졌을 고통의 크기를 상상해보며

연민도 갖게 됩니다.

부서졌지만 기억은 더욱 또렷해집니다.

권력에 맞서 권력을 쟁취하려는

제2, 제3의 노무현이 나오리라 기대합니다.

부서졌지만 밑거름이 되어 땅속으로 스며들고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