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억울하게 죽은 독립투사들의 넋으로 사형장 안에 있는 나무가 밖의 나무만큼 자라지 못했다는 미스터리한 소문이 있는 곳.(사형장 밖에 있는 나무)
“역사 무관심에서 가이드활동 시작”
KYC ‘평화길라잡이’ 임혜민 씨, ‘역사가이드’ 자청
2008년은 윤봉길의사 탄신, 안중근의사 의거 100주년 등 우리 역사에서 뜻깊은 사건들을 기념하는 해였다. 100년이라는 긴 시간을 기념하기 위해 많은 단체에서 학술대회와 관련 뮤지컬 공연 등 다양한 추모행사를 개최했다. 많은 사람들이 평소엔 잊고 지내다가, 특별한 때에만 아픈 우리나라의 역사를 기억한다.
이와 달리 평소에도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추모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KYC의 평화 길라잡이들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꽃샘추위의 기승으로 쌀쌀한 날, 서대문 형무소에서 활동하는 이들을 만나보았다.
서대문 형무소는 1908년 경성감옥으로 신축되어 안중근, 유관순과 같은 수많은 독립투사들을 악명 높게 고문시키고 사형한 곳이다. 1980년대까지 형무소, 교도소, 구치소로 명칭을 바꾸며 감옥의 역할을 계속하다가, 1998년 역사관으로 만들어 개관하였다.
역사적인 현장과 문화공간으로서의 복합적 가치가 공존하는 서대문 형무소에서 평화 길라잡이들은 토, 일요일 무료로 방문객들에게 역사 가이드를 해주고 있다. 평균 15~20명 정도의 사람들이 이곳을 방문하고, 이들은 평화 길라잡이를 따라 역사전시관부터 사형장까지 이곳에 담긴 역사적 설명을 들을 수 있다. 3월 15일 오후 1시 타임의 가이드를 맡은 임혜민(25) 씨 외에 많은 대학생들이 평화 길라잡이로 현재 활동 중이다.
역사현장에서 역사 가이드를 자청하는 평화 길라잡이는 생활 속의 작은 실천을 통해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한 참여 공동체, KYC(한국청년연합회)에서 관리하는 활동들 중 하나다.
특히 평화 길라잡이는 평화교육의 전문성을 갖춘 평화 활동가들로, 평화와 역사를 시민들에게 알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러한 목표 아래 서대문 형무소 외 오두산 전망대, 전쟁 기념관에서 총 17명의 평화 길라잡이들이 활동하고 있다.
지원조건에 대해 임혜민 씨는 “20세 이상이면 누구나 다 지원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성인이라면 누구나 참여 가능한 길라잡이 활동이지만 역사에 대한 무한한 열정은 필수”라고 덧붙였다.
“2개월의 역사교육과 6개월 수습활동 등 8개월간 교육과정을 수료한 뒤에야 비로소 길라잡이로 활동할 수 있어요. 교육기간 내에 끈기 있게 배우고 참여할 수 있는 열정이 중요하죠.”
추운 날씨임에도 형무소를 방문한 아이들에게 열심히 설명하는 길라잡이, 임혜민 씨는 역사를 통해 진실을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해 이 활동에 지원하게 되었다고 한다.
“TV나 신문 등을 통해 사실은 전달되어 알 수 있지만, 진실은 우리가 스스로 추구해서 알아야 한다고 봐요. 우리는 진실을 보여주는 역사를 통해 끊임없이 진실을 추구해야합니다.”
이날 형무소를 방문해 길라잡이의 설명을 들은 박지원(호서대 한국어문화학부 1)씨는 길라잡이의 활동에 대해 “단순히 역사를 설명하는 게 아니라 사형제도에 대한 토론과 사형장에 있는 통곡의 나무를 둘러싼 미스터리한 소문 등 설명이 재밌었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가이드의 마지막인 지하감옥에서 길라잡이 임혜민 씨는 형무소를 방문한 아이들에게 “역사를 기억하지 않으면 되풀이된다”며 다른 많은 역사적인 현장을 방문해서 역사와 자신을 되돌아볼 많은 시간을 갖기를 당부했다.
역사 현장에서 교과서 속의 딱딱한 역사가 아닌 살아있는 역사를 느끼게 해주는 평화길라잡이들. 식민지와 독재 등으로 슬픔보다 더욱 슬펐던 지난 우리나라의 역사에 대한 길라잡이들의 무한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김지영 학생기자 = 고려대>
김지영 학생기자 (jy3081@naver.com) 기사등록 : 2009-03-20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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