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구청에 항의 글을 올려 주세요.

By |2007-04-01T12:19:20+00:004월 1st, 2007|옛 게시판/옛 회원게시판|

노원구청에 항의 글을 올려 주세요.

노원구 하계동에는 시도유형문화재 27호인 한글고비가 있다.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반포한 지 90년이 지난 후에 세운 이 고비는

한글창제 당시와 같은 글씨에 서민적인 문체로 쓰여,

남아 있는 ‘한글비’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평가된다.

아직 한글이 널리 사용되지 못했던 시기에 과감히 ‘한글묘비’를 세웠다는 점에서

한글고비의 가치는 더욱 돋보인다.

그러나 470여 년이 지난 지금,

한글고비는 노원구청 관료들의 영어 사대주의적 행정조치에 밀려

숨죽인 채 망연자실하고 있다.

노원구청은 국제화시대에 부응하여 광고물의 수준향상과

도시 환경 이미지를 개선한다는 명분으로

옥외광고물에 외국어를 의무적으로 표시하는 지역을 설정한다는 내용의 고시를 했다(제2007-10호).

이 고시에 따르면, 월계동에 새로 문을 여는 아시아퍼시픽국제외국인학교 주변과

‘문화의 거리’ 주변 각 1킬로미터가 넘는 거리를 의무 지역으로,

동일로와 노해로, 월계로의 총 연장 11킬로미터가 넘는 지역을 권장 지역으로 정하고

적극적인 행정 지도를 펼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직접 경험했거나 남에게 들었다면 한번 기억을 살려 보라.

관광지나 이중언어 지역이 아닌 세계 어느 도시에서 영어 병기를 의무화하는 곳이 있는가를.

한국에서 사는 외국인이라면 필수적으로 한국말과 글은 배우는 게

그들이 ‘한국’이라는 외국에 사는 사람으로서 당연한 문화적 욕구이자 본능이다.

따라서 외국인학교 학생들에게 적극적으로 우리말과 글도 가르치려는 노력은 하지 않은 채

고작 몇 백 명에 불과한 외국인들을 위해 간판과 광고물을 바꾸는 것이 옳은 처사인가?

우리 문화의 힘이 넘실거려야 할 ‘문화의 거리’ 주변 도로에

영어 표기를 의무화하는 것이 과연 21세기 문화 사회에 걸맞은 행정 전략인가?

아니다. 이는 영어 사대주의와 행정 편의주의에 푹 바진 소심함의 발로일 뿐이다.

더구나 동일로 등 오가는 사람이 많은 중심 도로 10킬로미터 이상을

권장 지역으로 정하고 적극적으로 행정 지도를 하겠다는 은근한 엄포는 또 무언가?

이러한 행정조치가 노원구를 국적 불명의 도시로,

역사적, 문화적 정체성이 희박한 도시로 보이게 한다는 사실을 노원구청은 진정 모른단 말인가?

우리나라 국어기본법은 모든 간판에 한글을 우선 쓰고,

필요한 경우 외국문자를 쓸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외국어 표기를 맘대로 하라는 뜻이 아니라 불가피한 경우에 제한적으로 허용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같은 법률의 취지를 잘 살려

우리 문화를 가꿔 나가는 데 앞장서야 할 행정 관청이

어떠한 객관 타당한 근거를 갖고 강제적인 행정 조치를 하고 있는 것인가?

오히려 불법으로 표기된 외국어 간판에 대해

한글을 정확히 표기하도록 행정 지도하고 권장하는 것이 노원구청의 의무가 아닌가?

척박한 문화예술 창작 환경임에도 한류 열풍을 일으키며

21세기 문화의 시대에 외국 문화의 침투를 경계하며 싸우는 문화 예술인들의 외침을

노원구청 관료들은 정녕 단 한번도 들어 본 적이 없단 말인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나서서 성문을 열어주는

이 한심한 작태를 당장 중지하라!

우리 문화의 멋과 맛과 아름다움을 잘 살리는 경험과 능력이 있어야

외국 문화도 우리 것으로 모나지 않게 수용할 수 있고,

이러할 때 외국인이 우리를 존중하며 우리 문화를 존중한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간판에 영어를 병기하면 외국인이 좋아할 것이고,

이것이 세계화에 부응하는 행정이라는 식의 순진한 영어 사대주의를 당장 걷어치우라!

만일 노원구청이 위 행정 조치를 철회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가능한 법적, 물리적 수단을 총동원하여 싸울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

<우리의 요구>

“한글고비의 정신을 이어받아

한글문화가 활짝 피어나는 노원구로 거듭나길 바라며“

1. 옥외광고물에 영어를 병기하도록 한 행정조치를 즉각 철회하라.

2. ‘한글고비’가 있는 주변지역을 ‘한글공원’으로 조성해

청소년들에게 한글의 우수성에 대해 몸소 체험할 수 있는 교육기회를 제공하라.

2007년 3월 29일 한글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