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떠보니 벌써 7시30분이다. 거기다가 아침부터 기상예보마저 심상치 않다. 전국적으로 비. 돌풍, 오후엔 황사까지 온다는데 가야하나. 그냥 잘까. 순간 고민이 든다.
안타깝지만 기상여건상 함께 가려고 했던 세윤인 두고 혼자서 출발을 해야만 했다.
3월 31일 오전 9시 정각, 양재역 서초구민회관 앞. 누리사랑 회장을 역임한 임송택 회원. 그리고 경복궁길라잡이 궁장을 역임한 고은경 회원. 그리고 나까지 오늘의 등반인원은 셋이다.
청계산, 오늘의 등반코스는 개나리골에서 옥녀봉을 거쳐 매봉을 갔다가 원터골로 내려오는 코스. 등반 예정시간은 2시간 30분.
10시. 나란히 우산 셋을 들고 산에 오른다. 너무도 한적한 등산로다. 하긴 비바람에 황사까지 온다는 날씨에 어느 누가 등산을 오겠어. 우리가 이상한거지. 우리들의 웃음보따리가 개나리골을 휘감아 돈다.
산을 오르자마자 진달래가 보인다. 개나리는 도심에 무리 지어 피어있는 것을 흔히 보지만 진달래는 산속에 숨바꼭질 하듯이 숨어서 피어난다. 그게 진달래의 멋이다.
등산을 하면서 나온 주제어를 모아보니 국어, 생물, 조경 등 분명 하나로 이어질 수 없는 것 같은데 온갖 세상사를 이음질하고 풀어헤치니 전체로 연결이 된다.
어느새 옥녀봉을 지나 매봉에 다다르니 다리도 뻐근하다. 아마도 매봉까지 오르는 길에 있던 계단 때문인 듯하다. 서둘러 원터골로 내려가 구수한 막걸리 한사발에 진달래 화전을 해먹고 싶었지만 대신에 해물파전을 먹으니 진달래에 물든 하루가 얼굴까지 물들이고 있었다.
사족. KYC에서 한번 떳다 하면 전세버스 한대는 거뜬했던 조직이 두개가 있으니 이젠 KYC의 전설이 되어버린 등산모임 “누리사랑”이 과거완료형인데 반해 “궁궐길라잡이”는 현재진행형이다. 전부터 개인적으로 두 모임을 연합하여 멋진 답사와 등산을 겸하면 금상첨화라 생각했던 적이 있다.
그러한 두 모임이 비록 등산번개로 만나는 자리였지만 지속적으로 만나는 틀이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