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등록금 문제 해결 “20代를 국회로”
경향신문 2008년 02월 28일 23:28:52
ㆍ행동하는 ‘88만원 세대’
ㆍ민노당에 비례대표 후보 제안 모임 결성 “출마자 공약 검증”
“우리가 직접 국회에 들어가 비정규직과 대학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겠다.”
20대 비정규직을 상징하는 ‘88만원’ 세대들이 4월 총선을 앞두고 본격적인 행동에 나섰다. 20대 비정규직 노동자와 대학생들의 이해와 요구를 반영할 수 있도록 기성 정당에 국회의원 비례대표의 공천을 요청한 것.
‘20대 국회의원을 만드는 모임’은 28일 민주노동당 천영세 대표를 만나 오는 4·9 총선에서 비례대표 후보 상위순번에 20대 후보를 공천해 달라는 내용의 제안서를 전달했다.
한국청년연합 등 5개 청년단체와 일반 대학생들로 구성된 모임은 총선 전까지 각 정당 대표들과 면담을 갖고 “88만원 세대를 대변할 20대 정치인이 필요하다”는 요구사항을 전달할 예정이다.
모임을 제안한 국승민씨(25·서울대 정치학과)는 “매 학기 오르는 등록금과 선배들의 취업난을 지켜보며 현실에 답답함을 느꼈다”며 “우리 스스로 우리 이야기를 할 때 사회에 더 설득력이 있을 것 같아서 국회의원 공천 요구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기성 정치인들이 20대를 위한 공약을 지키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왔다. 한국청년연합 최융선 간사(31)는 “정치인들이 말로는 20대를 위한 공약을 내세우며 실제로는 표를 가져가는 데만 몰두했다”며 “88만원 세대의 문제를 더 이상 기성 정치인들의 손에만 맡겨둘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운동을 계기로 20대들의 정치적 무관심 문제도 함께 풀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전체 유권자 중에서 2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20% 남짓. 그러나 국회의원 299명 가운데 20대는 단 1명도 없다. 20대 국회의원은 1954년 김영삼 전 대통령이 26세의 나이로 최연소 당선된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2004년 17대 총선에선 20대 후보가 몇 명 있었지만 모두 탈락했다. 독일의 경우 이미 수년 전 10대 국회의원까지 배출했다.
88만원 세대들은 각 정당과 후보들이 제시하는 공약을 평가하는 등 총선에도 적극 참여한다는 계획이다. 청년실업네트워킹센터 ‘희망청’의 송병기 문화팀장은 “각 정당의 정책에 20대의 요구사항을 얼마나 반영하고 있는지를 평가해서 공청회를 통해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20대의 움직임에 정치권도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민주노동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는 28일 ‘88만원 세대 희망본부’를 발족했다. 통합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이날 전국대학생교육대책위와 간담회를 갖고 대학 등록금 인상 문제 등에 대한 해결 의지를 밝혔다.
‘88만원 세대’의 저자 우석훈 박사는 “정당 비례대표를 통해서 국회에 진출하는 것은 20대들이 효과적으로 권리를 찾을 수 있는 방안”이라며 “공천 요구 과정에서 생기는 20대들의 연대·참여 의식은 민주주의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정인기자 jeongi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