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정부가 국민의 뜻을 살펴 잘 해주길 바랍니다.
그래야 국민이 편안합니다.
쇠고기 문제에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핵과 관련된 북미관계가 급진전되고 있다고 합니다.
한편에서 중국은 백두산을 장백산으로 만드는 공정을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자칫 남한만 소외되는 상황이 벌어질까 걱정입니다.
아래 글 한 번 읽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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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정책 부재(不在)의 시대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작년 2월, 미국 현지에서 몇 차례에 걸쳐 미국 학자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마침 2 ․ 13 합의가 탄생하던 시기인지라 자연스레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초점이 모아졌다. 이른바 ‘악의 축’ 발언에서부터 대북 압박, 대북 무시 정책, 그리고 요즘 한국에서도 새삼 인구에 회자되고 있는 ABC(Anything But Clinton)까지 많은 이야기들이 오고갔다. 그 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몇몇 학자들이 털어놓은 대북정책의 부재(不在) 현상이었다. 부시 행정부, 특히 부시 행정부 1기에는 대북정책이라고 내놓을 만한 정책을 만들지 않았다는 뼈아픈 자성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지난해 12월의 대선으로부터 약 5개월이 경과했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관련 움직임을 보면 시간이 갈수록 부시 행정부 1기의 모습을 많이 닮았다는 느낌을 갖는 것은 비단 필자 개인만은 아니다. 물론 정책이라 부를 수도 있는 그 무엇은 분명 존재한다. 비핵개방 3000 구상, 나들섬 구상, 그리고 최근의 연락사무소 제안 등등. 하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된 대북정책은 세상 밖에 나오지 않고 있다. 한 때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자유선진당을 필두로 한 보수 강경세력의 비난을 의식해서 침묵과 모호성으로 포장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돌았다. 그런데 총선이 치러진지 한 달이나 지났는데도 아직 감감 무소식이다.
그런데 신정부 대북정책의 핵심요소라 할 수 있는 구상과 제안들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발견된다.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사실이다. 구상이나 제안은 그 자체로 보면 매우 훌륭하다. 하지만 현재의 여건에 비추어 볼 때 북한이 받아들일 가능성은 별로 없다는 게 문제이다. 북한이 콧방귀를 뀌거나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들만 모아 놓았다. 아마추어적 발상이라는 비판이 나와도 할 말이 없다. 비핵개방 3000 구상만 해도 그렇다. 이 구상을 적극 지지하는 사람들조차 이 구상이 이명박 정부의 임기 내에 착수조차 하지 못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우려한다.
달리 보면 목표는 거창하게 세웠으나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은 빈약하기 짝이 없다. 비전은 있으나 전략은 없다. 과정과 결과를 혼동하고 있다. 그저 북한에게 ‘너희가 변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여 외칠 뿐이다. 북한이 변화의 길로 나올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 주는 데는 관심이 없다. 변화를 유도하고 견인하는데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 압박하기만 하면 된다고 보는 걸까. 북한의 변화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북한의 비핵화도 그러거니와 북한의 개방은 매우 긴 여정이다.
목표 달성에 대한 절박함도 보이지 않는다. 나들섬 구상의 경우, 북한의 수용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임기 내 실현하지 못해도 크게 아쉬워하지 않는다는 게 청와대 참모진들의 생각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확인할 바 없으나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남북관계는 신정부의 정책 우선순위에서 한참 밀려 있다. ‘경제 살리기’가 최우선인 만큼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청와대에 안보 전문가는 많아도 북한 전문가는 거의 없다고 한다.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의 특수성만 외쳐 대며 북한을 옹호한다고 배척하는 것일까.
우려했던 상황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엄연한 현실이 되어 버렸다. 남북간 대화의 줄은 툭 끊겼다. 남과 북은 상대방에게 사실상의 항복을 강요하면서 서로 으르렁거리고 있다. 남북관계는 꽁꽁 얼어붙었고, 남북간 긴장의 수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남과 북은 새로운 정책의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그리고 피해는 고스란히 민초들의 몫이 되고 있다. 남측의 이산가족들은 발을 동동 굴리고 있다. 금강산의 면회소 준공날짜는 다가오건만 이산가족 문제는 입 밖에 꺼내지도 못하고 있다. 남북관계의 앞날에 먹구름이 끼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휩싸인 나머지 개성공단 입주와 사업 착수를 뒤로 미루는 중소기업들이 하나둘씩 늘고 있다. 남북간에 긴장의 수위가 높아지면 남한 경제에 주름살이 가기 마련이다. 북측도 마찬가지이다. 지난해 식량 생산도 시원치 않은데다 국제곡물가는 폭등하고 여기에다 남측으로부터의 식량 지원도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주민들의 식량난이 가중되고 있다. 아사자 발생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대북정책은 상대성이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상대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시쳇말로 꽝이다. 정책의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다면 그 정책은 정책이 아니다. 상대를 움직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 상대에 대해 더 많이 관심을 가지고 더 많이 연구하는 것이 정책을 정책답게 만드는 지름길이다. 신정부의 철학을 바꾸라는 주문이 아니다. 상대의 생각과 행동을 이해하는 것과, 상대의 생각과 행동에 찬성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이다. 진정으로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목표 달성을 위한 과정과 수단에 대해 보다 많은 고민이 있어야 한다.
때마침 북핵 문제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북한의 핵 신고서 제출과 테러지원국 해제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남한 정부의 입장에서는 위기이자 동시에 기회이다. 낙동강 오리알이 되지 않도록 이러한 흐름에 적당히 편승하는 것이 정답이다. 그것조차 하지 않는다면 대북정책의 부재라는 비판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