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시위엔 ‘투쟁’이 없습니다. 그 흔한 투쟁가 하나 들리지 않고 의례적인 투쟁 구호조차 외치지 않습니다. 붉은 머리띠 또한 동여매지 않습니다.
촛불시위엔 결연함이 없습니다. 결기가 맴도는 눈빛도 없고 딱딱하게 굳은 표정도 없습니다. 구속을 각오한 젊은이의 장엄함 또한 없습니다.
촛불시위엔 결연함이 없습니다. 결기가 맴도는 눈빛도 없고 딱딱하게 굳은 표정도 없습니다. 구속을 각오한 젊은이의 장엄함 또한 없습니다.
촛불시위는 나들이입니다. 부부와 연인이 손을 꼭 쥐고 산책합니다. 엄마가 유모차 끌고 아빠가 무등 태우고 유유자적 걷습니다.
촛불시위는 재밌습니다. 율동이 있고 노래가 있고 무정형의 자유발언이 있습니다. 오징어 다리가 있고 무료로 나눠주는 김밥이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촛불시위는 그랬습니다.
2.
그 이유를 ‘헌법 제1조’에서 확인합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이 구절은 수십 년 동안 선언 그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했습니다. 기껏해야 대한민국 헌법을 치장하는 빈 수사로 머물러 있었습니다.
지금은 아닙니다. 21년 전 6월항쟁이 선언적 문구를 대한민국을 운영하는 실제적인 틀로 만들었습니다.
더불어 사라졌습니다.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를 남 모르게 쓰는 일 따위는 없어졌습니다. 그건 더 이상 갈구의 대상이 아닙니다. 마땅히 향유해야 하는 일상이 됐습니다.
지금까지의 촛불시위는그래서 여유로울 수 있었습니다.
촛불시위는 제2의 6월항쟁이 아닙니다. 그렇게 돼서도 안 되고 그렇게 될 수도 없습니다.
‘민주’는 일상이 됐고 ‘권력’은 돌려받았습니다. 지금은 단지 일상이 약간 흔들리는 것일 뿐입니다. 일상이 약간 흔들린다고 삶의 축을 흔들어서는 안 됩니다.
다급해 할 필요가 없습니다. 애달파 할 필요는 더더욱 없습니다. 싸울 이유도 없고 저항할 이유는 더더욱 없습니다. 일상을 추스르면서 중심을 지키면 되는 일입니다.
‘비정상’일 뿐입니다. 국민 절대다수가 원하지 않는 일을 하려는 것은, 국민이 위임한 검역주권을 포기하려는 것은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비정상’에 불과합니다.
‘정상’이 ‘비정상’에 저항하는 일은 없습니다. ‘비정상’을 바로잡기 위해 비정상적 수단을 동원하는 일 또한 없습니다.
폭력은 안 됩니다. 그것이 누구에 의해 야기된 것이든 절대 용납해서는 안 됩니다.
오직 한 가지, ‘헌법 제1조’ 노래 한 곡 부르는 것만으로도 능히 지켜낼 수 있는 게 우리의 일상, 민주와 권력입니다.
▲사진=‘72시간 릴레이 국민행동’에서 펼쳐진 문화공연 장면(위)과 부모를 따라 나온 꼬마가 딱지치기를 하는 모습(아래)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