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진걸 회원, 석방-사무실 방문, 그리고 편지

By |2008-08-14T08:05:46+00:008월 14th, 2008|옛 게시판/옛 회원게시판|

안진걸회원 이라고 기억하시죠.

참여연대 상근활동가로 있으면서

광우병국민대책회의에서 조직팀장으로 활동하다가

6월말 정부고시하던날, 거리에서 연행되어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구속되었죠.

11일 저녁, 재판부의 보석 결정으로 풀려났다가

오늘 사무실을 찾아오셨습니다.

이발을 못해 약간 긴 머리에, 푸석푸석해 보이는 얼굴이지만

특유의 활력넘치는 기운은 여전하더군요.

안진걸 회원의 보석석방을 두고 판사와 피고인으로

문답이 기사회되어 관심을 모으기도 했죠

http://media.daum.net/society/others/view.html?cateid=1067&newsid=20080811171907651&cp=nocut

그런데 조선일보에서 사설과 2개의 기사로

사법부(담당 판사)를 공격하고 있다고 답답해 하더군요.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23&aid=0001980814

“그동안 많은 응원 보내주셔서 감옥 안에서 큰 힘이 됐었습니다.

지금도 20명 가까이 촛불항쟁 관련 구속자들이 있고,

10여명의 수배자들이 있는데 먼저 나오게 되어 아주 미안한 심경입니다.

나와서 더욱 열심히 사는 것으로 모두에게 보답하겠습니다! “라고

짧은 소감도 밝혀 주셨습니다.

아래글은 안진걸님이 감옥에서 섰던 편지라고 합니다.

갑자기 나오게 되면서 늦게 붙이게 되었다고 합니다.

좀 긴데 시간 허락하시면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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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옥으로부터의 분노 –

안녕하세요. 오래 만에 인사드립니다. 서울구치소에서 감옥살이를 하고 있는 안진걸입니다. 감옥에 있다보니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책 생각이 많이 납니다. 우리에게 큰 감동과 깨우침을 주었었죠. 현재 몹쓸 권력의 모진 탄압에 감옥에 갇혀 있지만, 부자유의 극치인 감옥에 고립돼 있지만, 저는 오히려 이곳에서 가장 자유롭고, 가장 인간적인 사색과 성찰로 스스로의 성숙을 도모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제 가슴과 머릿속엔 성찰과 사색보다는 이명박 정권과 그 추악한 정권의 주구로 완벽하게 변신한 권력기구들에 대한 분노가 가득해지고 있습니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해야할 정부가 미국 쇠고기 업자들의 충실한 대변자로 전락한데 이어, 부시의 품에 안긴 ‘푸들’로 전락한 대통령의 모습까지 우리들은 가슴 아프게 지켜보아야 했습니다. 방위비분담금 증액 등 얼마나 많은 선물을 미국에 던져주었을까 걱정입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알아서 그 무시무시한 아프간 전장에 우리 군인들, 국민들을 보내겠다고 하네요. 그 사이 이미 ‘경찰’이기를 포기한 ‘어청수의 폭력집단’은 시민 1인당 포상금까지 걸어놓고 ‘인간사냥’을 자행했습니다. 우리나라가 철저히 지난날의 숭미독재국가로 되돌아가고 있다는 징표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더욱 절망적인 것은 이 정권이 역대 어떤 정권보다도 더 노골적이고, 철저하게 1% 극소수특권층의 정권임을 자임하고 있고, 그것을 부끄러움도 없이 만천하에 드러내고 있다는 것입니다. 극소수특권층알부자들을 위해 상속제, 종부세, 법인세를 인하하겠다고 합니다. 강부자정권답게 강남으로는 임대아파트도 오지 마라고 합니다. 물가가 폭등해도 고환율 정책을 고수하고 지금도 결과적으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또 사교육비, 등록금 폭등 정책을 포기하기는커녕 오히려 그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안한다는 영어 몰입교육도 곳곳에서 시작하고 있고, 이제 곧 있으면 초등학생들까지 입시경쟁과 서열화의 깊은 수렁에 빠져들게 돼 있습니다.

나아가 그동안 목숨을 걸며 소중하게, 고생고생하며 가꾸어온 민주주의와 자유, 인권증진의 역사와 성과마저도 철저히 부정당하고 있습니다. 권력을 총동원해 방송장악에 나섰고, 검·경의 독립성과 공정성은 완전히 물거품이 됐습니다. 국방부는 과감하게도 ‘불온서적’을 부활시켰고, 장교와 사병들의 ‘사상’을 수색하고 있습니다.

또 남북화해와 한반도 평화까지 파탄내고 있으니 이를 어쩌면 좋단 말입니까. 이산가족들의 피눈물 나는 고통은 가중되고 있고, 남북관계가 소모적 냉전·대결 시대로 회귀하고 있습니다. 6.15선언, 10.4선언을 부정할 때부터 이는 예견된 것이었습니다.

추악한 과거사를 청산하고 진실과 화해를 도모하자는 역사적 작업들도 심각한 방해를 받고 있고, ‘친일인명사전’ 편찬 같은 민족정기와 사회정의를 바로 세우려는 숭고한 노력 역시 권력의 노골적인 폄훼에 직면해 있습니다. 거기에다가 느닷없이 임시정부와 독립운동의 성과와 헌법적 법통까지 부정한 ‘건국60주년 사업’에 뉴라이트와 극우세력들과 함께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붓고, 독재정권식으로 공무원들을 강제동원하고 있습니다. 너무나 역겨운 작태들이 매일처럼 계속 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로서 이명박 정권은, 총체적인 반민중, 반민족, 반민주, 반인권, 반역사 정권이라는 것이 아주 확실해졌다고 생각합니다. 군사독재정권 못지않은 숭미사대냉전폭력정권의 모습도 노골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것이 제가 여러분들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 아니라 ‘감옥으로부터의 분노’를 전달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모든 시민사회단체들이 각 단체들이 해왔던 공공적 활동에 최선을 다하되, 한편으론 총체적인 공동 투쟁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감히, ‘제 2의 반독재 민주화 투쟁’에 치열하게 나서자고 호소 드리고 싶습니다. 예전처럼 전면적인 가두 투쟁으로 나서자는 얘기는 아닙니다. 우리 각자의 위치에서 공공선을 증진시키기 위한 다종다양한 활동에 매진하되, 절망의 눈물을 흘리고, 깊은 한숨을 쉬고 있는 대다수 국민들과 함께, 국민의 생명과 인권, 그리고 민주주의 민중생존을 위한 거대한 저항과 투쟁의 물결을 어떤 식으로든 더 만들어가자는 것이지요. 광우병국민대책회의, 방송장악·네티즌탄압저지범국민행동,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등 우리 시민사회운동의 소중한 연대체를 중심으로 ‘따로 또 같이’ 치열하되 지혜로운 대중운동을 전개해 나갔으면 합니다.

오래만에 메일 드리면서 너무 진지하고 무거운 이야기만 드렸네요. 우리 사회의 상황이 그만큼 엄중하니까 너그러운 이해 구하겠습니다.

지금부터는 이곳 감옥 이야기를 드려보겠습니다. 이곳에는 현재 촛불항쟁관련 구속자들이 총 20여명 가까이 수감돼 있습니다. 문제는 공안당국이 이성을 잃고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들을 구속시키려 한다는 것이겠죠. 이 정권 들어 이른바 ‘양심수’가 대폭 늘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감옥이 예전에 비해서 많이 좋아졌다는 것입니다. 뜻있는 이들과 인권단체들의 지속적인 노력이, 이곳 감옥을 그런대로 ‘인권친화적’인 곳으로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죠. ‘사람들의 좋은 뜻과 행동이 사회를 바꾸고야 만다!’는 평범한 진실을 여기서도 학인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물론, 아직도 개선할 점이 많이 있습니다. 여기서 언젠가 나가게 되면, 제가 보고 겪었던 것들을 바탕으로 ‘연행에서 석방까지’ 전 과정에서 개선해야 할 점을 정리해 법무부와 인권위 등에 제출할 계획입니다. ‘엔지오 정신’은 어디서든지 간에 올바른 개선 지점을 찾는 것 아닐까요!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의 보다 나은 행복을 위해서라면 우리 시민사회단체가 못할 일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감옥생활이 무척 답답한 것은 사실이지만 ‘운동도 열심히, 독서도 열심히’ 하면서 유익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또 지난날 수십년씩 갇혀 있었던 분들의 그 엄청난 고통을 떠올리면, ‘지금의 감옥살이는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생각에, 마음에 평온함이 깃들기도 합니다. 저녁엔 108배를 하면서 조계사 농성단과 마음으로라도 함께 하고, 제 자신을 되돌아보고 성찰하는 소중한 시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루 종일 분노만 하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돌이켜보면, 지난 대선 전에 제 자신도,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도 민주주의와 인권, 남북화해와 평화 같은 ‘절대 가치’들은 차마 훼손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가치들의 확산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자, 불가역적인 상황이라고 판단했던 것이죠. 그런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와 인권, 화해와 평화 같은 절대 가치들도 나쁜 정권이라면 금새 뿌리 채 흔들 수도 있다는 것을 이번에 저희들이 똑똑히 확인하게 된 것입니다.

저는 이것이 작금의 국면이 우리에게 준 중대한 교훈이라고 생각해봅니다. 우리 사회의 중요한 가치들을 굳건히 하기 위해서 훨씬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그 과정에서 ‘정치권력’와 문제, ‘권력기구’의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는 것, 나쁜 정권에 의한 민주주의와 민생의 파괴에 정면으로 맞서서 저항하고 투쟁하지 않으면 대다수 국민들의 행복은 완벽하게 무너지고야 말 것이라는 것 등을 우리 모두가 국민들과 함께 공감·공명하여 행동에 나섰으면 좋겠습니다.

‘세상 좋아졌다는데’ 처량하게 감옥에 갇혀있는 신세이다 보니, 감히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드렸습니다. 부분적인 이견이 있더라도 감옥에 갇힌 자의 분노를 ‘맥락’으로 잘 이해해주시리라 믿습니다.

하나 확실한 것은, “지금 세상이 무척이나 나빠지고 있다”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평범한 시민들이 주도하는 참된 참여민주주의’ 촛불의 힘과 지혜를 바탕으로 시민사회단체들의 끈질긴 저항과 투쟁이 계속 되기를 간절히 기원하며, 이만 글 줄입니다.

“인간에 대한 예의에 기반한 진실과 정의는 반드시 승리하고야 말 것입니다!” 저희들도 이곳 감옥에서 끝까지 촛불을 잘 밝히겠습니다. 또 촛불의 진실을 위해 담담하고 차분하되, 당당하게 재판 잘 받겠습니다.

그럼, 안녕히계십시오. 엉성한 편지, 다 읽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건강하세요!

– 2008. 8.8(금) 아침에,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조직팀/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 안진걸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