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차(10.1) 소식>
<28일차(10.1) 소식>
– 한 발자국 느리게 걷는 걸음에서 나를 되돌아봅니다. –
느리고 느린 긴 행렬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 길에 생명평화를 찾고자 하는 자신의 마음을 담아 봅니다. 이 길에서는 무기도 병력도 없습니다. 오직 평화를 찾고자 하는 간절한 염원과 기도만 있을 뿐입니다. 생명과 평화는 오직 하늘의 뜻이라는 믿음 속에서 자신을 바로 세우고자 노력할 뿐입니다.
<소화(小花) 테레사 축일의 삭발례(削髮禮)>
수경스님의 익숙한 손놀림에 머리카락이 한 움큼씩 떨어져 내립니다. 지긋이 감은 눈길이지만, 간혹 눈을 들어 무릎에 쌓이는 머리카락을 보곤 합니다. 수경스님의 삭발의식과 진행이후 다시 문규현 신부님이 머리카락 자르는 기계를 들어 짧은 머리를 더 짧게 잘라나갑니다.
오늘 점심시간에 상관성당에서 전종훈 신부님의 삭발의식의 한 모습입니다. 수경스님이 먼저 머리카락을 자르는 기계를 이용하여 삭발 의식을 진행하고, 문규현 신부님이 뒤를 이어 후배 사제의 삭발을 도왔습니다.
오늘 전종훈 신부님은 아침부터 “10월 1일은 ‘작은 길’이라는 고유한 영성을 가지고 살았던 ‘성녀 소화(小花) 테레사(Teresia, 또는 데레사)’의 축일”이라고 말씀하시며, 자신도 역시 소화 성녀가 걸었던 가장 낮은 자세로 사제의 길을 가겠다고 말씀하였습니다. 또한 과거 사제가 신부 서품을 받기에 앞서 삭발의식(삭발례.(削髮禮))을 거행하였던 역사를 알려주며, 오늘 다시 ‘초심’으로 되돌아가 이 땅의 평화를 마음에 안고자 ‘삭발’을 하고 싶다 말합니다.
이에 수경스님이 사명대사의 ‘삭발도진세(削髮逃塵世), 존염표장부(存髥表丈夫)’라는 문구를 설명해주면서, 자신이 직접 삭발의식을 도와주겠다 합니다. 결국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상관성당의 한 장소에서 삭발을 하게 되었습니다.
흔히 불교의 삭발의식은 잘 알려져 있으나, 가톨릭에서도 삭발의식이 있었다 합니다. 오늘 순례에 참여한 문정현 신부님과 문규현 신부님 역시 과거 삭발의식을 수행하였다 합니다. 가톨릭에서 지금은 거행하지 않지만, 삭발의식은 수도자나 성직자로 입문하는 의식으로 거행되었다 합니다.
그렇기에 가톨릭에서 삭발의식은 세속을 끊고(삭발도진세(削髮逃塵世) 자신을 하느님께 와전히 봉헌한다는 의미입니다. 세속과 완전히 단절했다는 의미와 자신을 정화하여 온전히 하느님께 바치며 사제의 길을 가겠다는 의미입니다.
오늘 그렇게 전종훈 신부님은 소화 테레사 축일을 맞이하여, 삭발의식을 거행하였습니다. 오후에 전종훈 신부님은 달라진 모습으로 순례에 임하였으며, ‘대지는 평등하며 사람을 구분하지 않고, 그 품에 안겼을 때 한 없이 평화롭더라.’며 기도 순례에 임하였습니다.
<하늘 평화 머무는 곳>
오늘 순례단의 하루 시작은 ‘하늘 평화 머무는 곳 – 죽림교회’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하람이(하늘을 보는 사람)와 해람이(해를 보는 사람)가 들어와 순례단에게 아침 인사를 해 주었습니다. 두 어린 천사는 ‘어제(9월 30일) 자신들이 다니는 학교(남관 초등학교)에서 순례단을 보았다.’며 분주히 돌아다니며 아침인사로 순례단을 반겼습니다.
죽림교회에서 뜻하지 않은 인연으로 좋은 숙소를 제공해 주신 덕분에 순례단은 하루를 여유있게 시작하였습니다. 죽림교회의 부속건물은 황토로 지은 아름다운 건물이기도 하였지만‘하늘 평화 머무는 곳 – 섬진강 물처럼, 지리산 들풀처럼’이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섬진강을 흐르는 물처럼 지리산의 들풀처럼 자연의 모습은 그대로 생명 평화일 것입니다. 그렇기에 생명 평화는 하늘의 뜻이기도 합니다. 사람 사는 모습도 자연의 선한 질서를 따라간다면 더 평화로워질 것입니다.
오늘 아침 출발장소에는 순례단을 기다리는 분들이 평일보다 많았습니다. ‘평화바람’ 식구들과 함께 온 일본인 신부님이 있었으며, 서울에서 오신 신근식 선생님, 민주노동당 전북도당 관계자 분들이 순례단보다 먼저 도착하여 순례단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문정현 신부님을 비롯한 ‘평화바람’ 식구들과 함께 참여한 모리타 나오키 신부(일본 사이인 성당)는 문정현 신부님의 권유로 참여하게 되었다 합니다. 모리타 신부님은 오체투지 순례와 관련하여 ”철저히 종교인의 모습으로 평화적 순례를 하시면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하시는 모습을 보니 감동적입니다. 반드시 하느님의 가피와 은혜가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모리타 신부님은 “한국의 상황은 일본 TV나 언론을 통해 보고 있습니다.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 그리고 전 세계가 경제 정책 때문에 앓고 있습니다. 그 폐해가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진정으로 사람이 가야 할 길은 역시 사랑과 자비라고 말하고 싶다.”고 합니다. “성직자분들께서 하시는 오체투지는 감동스럽고 존경스럽습니다. 만일 일본에서도 기회가 있으면 한번 시도해 보고 싶다.”고 뜻을 밝히셨습니다. 모리타 신부님은 오전 순례에 함께 참여하였습니다.
오늘 세분의 성직자는 약 4km를 하루 순례 참여자들과 함께 순례하였습니다. 죽림온천에서 출발하여 죽림리를 경유하였고, 상관성당에서 점심식사를 한 후 오후에는 전북도로관리사무소를 지나, 상관면 상관로터리에서 일정을 종료하였습니다.
<한 발자국 느리게 걷기>
순례에 참여하신 분들이 가장 먼저 곤혹스러워 하는 것이 이동 속도입니다. 순례길에 참여하고자 그 먼길을 달려왔더니, 순례단은 10분 내내 진행하지만 기껏 100여m 가는 속도로 진행하니 갑갑할 따름일 것입니다. 100m를 걷다 반배하며 진행하는 것도 정말 한순간입니다. 그렇기에 ‘뭐좀 하려고 하면 금방 쉬는 지점이다’라고 말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오늘 오신 한 분은 ‘아예 도를 닦는다고 생각하고 왔다.’고 합니다. 어쩌면 이 표현이 정확할 수 있습니다. 기도를 드리며 한 발자국 느리게 걷는 것. 자신의 일상적인 삶의 속도를 거부하고 천천히 자신의 몸을 움직이며 삶을 돌아보는 걸음. 쳇바퀴처럼 빠르게 돌아가는 사회 속도가 아니라, 가끔은 자신의 옆과 뒤도 되돌아보는 여유를 찾고, 그 과정에서 나 자신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와 공동체를 되돌아볼 수 있는 삶. 그것이 우리에게 필요한 삶이 아닌가 합니다.
오늘도 순례는 참 견디기 힘든 느림으로 진행합니다. 가장 낮은 자세로 느리게 진행하기에 대지에 몸을 맡기고, 그 안에 있는 생명을 바라보며 존경을 표합니다. 나 자신을 더 낮추어 내 눈앞에 피어나는 생명을 보며, 높은 자리에 서서 오만과 독선에 차 있던 나의 욕심과 교만을 되돌아봅니다. 순례길은 오늘도 지렁이처럼 굼벵이처럼 느리게 진행되고, 자벌레처럼 낮은 자세에서 고개를 길을 찾으려고 노력합니다.
<그 마음에 감사드립니다.>
여전히 너무나 따뜻하기만 한 가을 하늘이 순례단과 함께 하였습니다. 이제 10월이라 선선한 바람이 불 줄 알았건만, 여전히 날은 덥기만 합니다. 가을 곡식이 아직 덜 여물었기에 수확을 위해 더 많은 햇살이 필요하다 합니다. 그늘 한 평 없는 아스팔트 도로 위를 가는 순례단으로서는 고역이지만, 덕분에 가을 들녘은 익어가고 있습니다.
날은 무덥고 차량의 분진이 많은 날이어서인지 순례를 시작한 지 1시간이 되었을 무렵부터 순례자들에게는 고통스러운 신음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지나는 차량 행렬은 길게 늘어서서 순례를 구경하고, 덕분에 마음 급하신 분들은 경적을 울리네요. 땅 바닥에 누워 지나는 차량의 속도를 경험하는 것은 공포이지만, 차량의 경적을 듣는 것은 심적으로 더 큰 고통입니다. 진행팀이 차량행렬을 빠르게 정리하려고 하지만, 세상일이 마음대로 되지 않듯이 참 힘든 일입니다. 운전자분들에게도 죄송스럽기만 합니다.
지나는 차량 운전자로부터 표현하기 힘든 소리도 듣기도 하였지만, 오늘은 격려와 지지를 많이 받은 날입니다. 어느 분은 길을 가던 차량을 돌려 찐빵을 사오며, ‘어제 밤에 방송(PD수첩)을 보았다’며 힘을 내라고 하시고, 다른 운전자는 아예 차를 멈출 듯이 운전하며 창문을 열고 박수를 치며 힘내라 합니다.
오전 10시 무렵 순례단이 잠시 도로변에서 휴식을 취하던 시각. 한 차량이 순례단 진행타량 앞에 정차하더니 부분인 듯한 분들이 차에서 내려 순례단에게 다가왔습니다. 남자분은 순례자들 인근까지 와서 인사를 하지만, 여성분은 멀리서 눈물만 보이며 등을 돌립니다. 한번 바라보고 눈물짓고, 다시 돌아보고. 그 분은 순례단을 만나지 않고 눈물만 보이시더니 떠났습니다. 오후에 다시 방문하여 신부님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습니다.
순례단이 지나던 길가의 찐빵집에서는 ‘방송(PD수첩)을 보았다며 고생한다.’고 찐빵을 10포장이나 후원해주셨습니다. 가게 관계자분들은 순례단이 상점 앞을 지날 때 전화기로 사진을 찍기도 하더군요. 시장에 장을 보러 간 진행팀의 식사준비 차량은 주변에서 ‘방송 보았다’며 ‘수고한다’는 말을 여러번 들었다 합니다. 순례단에 참여하는 분들이 많아지면서 순례단 진행차량도 물품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하루 순례길에 참여하신 분들이 너도 나도 손에 후원하는 물품을 들고 오시기 때문입니다.
먼 길을 오고 가면서 순례단을 염려하는 그 마음이 너무 고맙고 고맙습니다. 오체투지 순례단이 순례길에서 필요한 물품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순례단을 염려하는 그 마음이 너무 감사할 따름입니다.
<길에서 만난 사람들>
오늘은 참여하신 분들이 많았기에 만났던 분도 많았습니다. 그중 두 분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장효정(부안성당)님은 “마음이 아프고 안타깝습니다. 정부가 밝은 미래를 지향한다면 성직자들께서 저러지 않으실 텐데 답답한 정책으로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어요. 특히 서민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부유층을 위한 정치가 되고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평화를 위해 낮은 자세로 임하시는 성직자들을 정치인들이 겸허한 자세로 본받기를 바란다.”며 답답한 마음을 표현하셨습니다.
오후에 순례 일정에 함께 참여한 가섭 스님(실천불교전국승가회)님은 오체투지 순례자를 보며 “얼굴이 까맣게 그을려 가며 기어가는 모습을 보니 안타깝고 안쓰럽습니다. 왜 이리 고행을 하셔야 하는지 송구스럽고 또 마음 착잡하다.”고 애처로움을 표하였습니다.
또한 “성직자들께서는 화합으로 사람의 길을 가며, 환경을 보존하여 생명의 길을 가고, 조화로운 삶으로 평화의 길을 가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현 정부도 진정한 소통을 위해 마음을 열기를 바라며 권력자들도 성직자들의 간절한 기도를 백분지 일만이라도 알아주기를 바란다.”고 소원하셨습니다.
또 “우리가 가야할 길이라고 하자면 금강경 사구게(金剛經 四句偈) 중 하나인 약이색견아(若以色見我) 이음성구아(以音聲求我) 시인행사도(是人行邪道) 불능견여래(不能見如來)라는 게송을 인용하고 싶은데요. ‘만약에 모습으로 나를 보려고 하거나 소리로써 나를 찾으려하면 이 사람은 삿된도(잘못된길)를 행하는 자로써 결코 여래를 볼 수 없으리라’고 한 것처럼 겉모습에 매여 성장위주나 경제위주가 아닌 본래의 참 본성으로 돌아가야 하지 않은가.”라고 하시며 우리가 가야할 길을 제시하셨습니다.
오체투지를 경험하고자 혹은 오체투지 순례에 함께하고자 참여하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오체투지 순례는 누가 누구에게 신청하고 참여하는 것이 아닙니다. 또한 순례 현장에 참여하는 분만이 진행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의 직분을 다하는 것. 그 역시 오체투지 순례와 함께하는 모습입니다.
<함께하는 사람들>
송희철, 윤병일(서울) / 신근식(서울) / 하연호 외 4명(전북민노당) / 문정현 신부님 외 2명(평화바람) / 모리타 나오키 신부(일본 사이인 성당) / 김완식, 정화자, 김영례(상관성당) / 문대현, 이옥순 수녀님외 20명(평화동 성당) / 최두현(녹색도시) / 이정현(전주환경운동연합) / 법경 스님, 정휴 스님, 가섭 스님, 박금호(전국불교실천승가회) / 송년홍 신부(전주교구) / 한동오 외 4명(부안성당) 등이 함께 순례를 진행하였습니다.
<일정 안내 – 상황에 따라 변동 가능>
● 10월 2일(목) : 상관면 신리교차로(시작) – 전주시 완산구 안적삼거리(종료)
● 10월 3일(금) : 전주시 완산구 안적 삼거리(시작) – 전주시 아중역 입구(종료)
● 10월 4일(토) : 전주시 아중역 입구(시작) – 전주시 호성사거리 현대오일뱅크(종료)
● 10월 5일(일) : 휴식예정
● 10월 6일(월) : 휴식예정(1차 구간 조정일)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 죽림리 신바람 찐빵집에서 찐방을 후원해 주셨습니다.
– 최경관님께서 찐빵을 후원해 주셨습니다.
– 김포 용화사 혜조 거사님께서 후원금을 후원해 주셨습니다.
– 서울에서 오신 신근식님께서 후원금을 후원해 주셨습니다.
– 전주환경운동연합에서 후원금 및 음료를 후원해 주셨습니다.
– 부안성당에서 오신 신도 5분이 후원금과 음료수를 후원해 주셨습니다.
– 실천불교전국승가회에서 후원금을 후원해 주셨습니다.
– 남원 신행단체 회장 서창남님께서 후원금을 후원해 주셨습니다.
– 평화동 성당에서 오신 이옥순 수녀님께서 간식을 후원해 주셨습니다.
– 진안에서 오신 이민영님께서 간식을 후원해 주셨습니다.
– 평화동 성당에서 간식을 후원해 주셨습니다.
– 평화동 성당 사목회장님이 건강식품을 후원해주셨습니다.
– 전북대 김승환님께서 후원금을 후원해 주셨습니다.
– 평화동 성당에서 오신 고승곤님, 황의옥님, 양민지님께서 후원금을 후원해 주셨습니다.
– 해오름 예술창작원에서 후원금 및 과일을 후원해 주셨습니다.
– 전주 전동성당에서 염세실리아님께서 음료와 간식을 후원해 주셨습니다.
– 완주군 상관면 상관성당에서 숙박을 제공해 주셨습니다.
* 순례 참가 일정과 수칙은 cafe.daum.net/dhcpxnwl 공지사항을 참고 바랍니다.
2008. 10. 1
기도 – 사람의 길, 생명의 길, 평화의 길을 찾아서
진행팀 문의 : 010-9116-8089 / 017-269-2629 / 010-3070-5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