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논리로 역사교육 왜곡 ‘이례적 공동대응’

By |2008-10-09T01:32:55+00:0010월 9th, 2008|옛 게시판/옛 회원게시판|

































정치논리로 역사교육 왜곡 ‘이례적 공동대응’
역사학계 ‘교과서 수정’ 반발
한겨레 김소연 기자 이종근 기자


















































» 한국사연구회, 한국근현대사학회, 한국역사교육학회 등 21개 역사학회 소속 학자들이 8일 오전 서울 태평로 한국언론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교육과학기술부의 교과서 수정 방침을 비판한 뒤, 한철호 한국근현대사학회장(오른쪽 두번째)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비전공자 주장 수용…검정보고서까지 공개
“수십년 노력 산물 검인정제도 무력화 안된다”
“정부가 좌편향 결론…국사편찬위 신뢰못해”




정부의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수정 압력에 맞서 역사학계가 본격적인 공동 대응에 나섰다. 8일 발표된 공동 성명에는 한국 근·현대사뿐만 아니라 동양사, 서양사, 조선시대사 등 전공을 떠나 전국 30여개 역사학회 가운데 21곳이 참여했다. 이날 공동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교수는 “이 정도면 국내의 대표적인 역사학회들이 거의 대부분 망라돼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전공이 다른 여러 역사학회가 정부 방침에 한목소리를 내고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정치 논리에 따라 역사교육이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가 그만큼 역사학계에 널리 퍼져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도면회 한국역사연구회 회장(대전대)은 “획일적인 역사교육에서 벗어나기 위해 역사학계가 수십년 노력해 쟁취한 것이 검인정 제도”라며 “정부가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국정교과서 체제로 다시 되돌아가려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개해서는 안 되는 검정보고서가 공개되고 한 여당 의원은 ‘북한 교과서를 베꼈다’는 폭언까지 하는 등 상황이 너무 심각하다”고 말했다. 한상권 한국역사학회 부회장(덕성여대)도 “지난 2004년 교육부도 문제가 없다고 밝혀 종지부를 찍은 역사교과서 편향 논란이 지금 다시 불거지고 있는데, 정권이 바뀌었다는 것 말고는 다른 이유를 찾을 수가 없다”며 “교육이 정치에 휘둘려선 안 된다”고 밝혔다.

역사학회들이 이례적으로 ‘집단 행동’에 나선 데는 역사에 대한 전문성이 없는 단체들이 교과서 편향 논란을 주도하고 있다는 문제의식도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조광 한국사연구회 회장(고려대)은 “교육과학기술부 수장들이 역사와 무관한 단체의 주장을 받아들여 교과서가 좌편향돼 있다고 예단하고 수정에 나서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지금까지 정부는 단 한 번도 교과서 집필자들이나 학계, 교사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려고 한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실제 지난 3월 교과부에 제출된 대한상공회의소의 교과서 수정 의견서의 경우 역사 부분을 사회학을 전공한 전아무개 서울대 교수가 혼자 맡았다. 전 교수는 뉴라이트 계열인 ‘교과서포럼’이 펴낸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 집필에도 참여했다. 지난달 교과부에 교과서 수정 의견을 낸 ‘교과서포럼’도 대부분 경제학이나 정치학을 전공한 학자들로 구성돼 있다.

역사학계의 이런 위기의식을 반영하듯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교수들은 격앙된 목소리로 정부를 비판했다. 한철호 동국대 교수(한국 근·현대사)는 “분단이라는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 민족이 이제 겨우 화해와 평화를 모색하고 있는데, 정부와 한나라당은 1940년대 냉전시대의 산물인 좌·우편향을 얘기하고 있다”며 “역사가 퇴화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정태헌 고려대 교수(한국사)도 “지금의 교과서 좌편향 논란은 합리적인 비판이 아니라, 한 부분만 부각시켜 ‘북한의 역사관과 같다’고 말하는 등 비상식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수정을 검토하고 있는 국사편찬위원회의 심의 결과도 신뢰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송상헌 역사교육연구회 회장(공주교대)은 “국사편찬위가 올바른 판단을 내려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며 “하지만 국사편찬위의 검토의견이 나오기도 전에 이미 정부가 역사교과서를 좌편향이라고 결론을 냈는데, 편찬위 심의 결과를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국사편찬위 위원장은 정무직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며, 정옥자 현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 3월 임명됐다.



이들 역사학회는 정부가 교과서 수정에 대한 태도를 바꾸지 않을 경우 역사 관련 단체 및 역사교사들과도 연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공동 성명 참여 역사학회 명단

 고려사학회, 대구사학회, 동양사학회, 부산경남사학회, 서양중세사학회, 역사교육연구회, 역사교육학회, 전북사학회, 조선시대사학회, 한국고대사학회, 한국근현대사학회, 한국민족운동사학회, 한국사연구회, 한국사상사학회, 한국사회사학회, 한국서양사학회, 한국역사교육학회, 한국역사연구회, 한국중세사학회, 호남사학회, 호서사학회(가나다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