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지방경찰청 국정감사에서는 촛불집회 과잉진압과 경찰의 유모차부대 수사 배경을 놓고 무차별 설전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여당 국회의원과 증인, 참고인 간에 고성이 오가는 볼썽사나운 모습도 연출됐다.
13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지방경찰청 국정감사에서는 촛불집회 과잉진압과 경찰의 유모차부대 수사 배경을 놓고 무차별 설전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여당 국회의원과 증인, 참고인 간에 고성이 오가는 볼썽사나운 모습도 연출됐다.
논쟁의 물꼬를 튼 사람은 한나라당 이은재(비례대표) 의원. 지난 9일 경찰청 국정감사부터 ‘친북세력 엄정 수사’를 주장해 온 이 의원은 이날도 어김없이 ‘색깔론’을 들고 나왔다.
이 의원은 “2012년은 김일성이 태어난지 100주년 되는 해”라며 “경찰청장은 ‘군자산의 약속’을 들어봤느냐”고 포문을 열었다. 김석기 서울지방경찰청장이 “2001년 통일연대 등이 충북지역에 모여서 10년 후 자주민주 통일국가를 건설한다는 약속을 한 것으로 9월 테제라고 한다”고 답하자 이 의원은 “그들이 정한 해가 바로 2012년, 김일성이 태어난지 100주년 되는 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른바 ‘군자산의 약속’에 참가한 단체가 진보연대, 통일연대 등이며, 이들이 올해 촛불집회에 주도적으로 참가했다는 점을 들어 ‘촛불’을 친북좌익 세력으로 몰아붙였다.
이 의원은 “좌파 세력의 행태는 대한민국의 국가 정체성을 부정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 국가 안보에 중대한 위기를 주는 것 아니냐”며 김 청장의 답변을 요구했다. 또 “중국제 멜라민 파동에는 왜 촛불집회가 안 열린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김 청장은 “많은 국민들이 그 점을 의아해한다”고 말했다. 김 청장은 또 “촛불집회가 친북세력에 의해 철저하게 기획된 집회였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말하는 것 아니냐”는 이 의원의 말에 “예, 그렇게 생각합니다”고 답했다.
하지만 민주당 최규식(서울 강북을) 의원이 “촛불집회를 친북 세력이 주도했다고 했는데, 이명박 대통령이 두 번이나 촛불집회에 사과했다”고 발끈하자 김 청장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멜라민 땐 왜 유모차 안 나왔나”-“정부가 멜라민 수입한다고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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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론’으로 시작된 국감은 ‘유모차부대’ 과잉 수사 논란으로 번졌다. 이날 국감장에는 유모차부대 카페 운영자인 정혜원(35)씨가 참고인으로 나왔다. 또 정씨 집에 찾아가 출석을 요구한 설동기(사이버범죄수사대) 경사, 전 광우병대책위 조직팀장 안진걸(38)씨와 전경 복무중인 최재범, 김효영 수경도 증인으로 출석했다.
여야 의원들은 이들 증인과 참고인을 대상으로 경찰의 유모차부대 과잉 수사와 촛불집회 당시 시민-경찰 간에 벌어진 폭력의 책임 공방을 벌였다.
참고인 정씨는 유모차부대를 ‘빗나간 모정’이라고 부른 한나라당 의원들과 언성을 높이며 다투기도 했다.
한나라당 이범래(서울 구로갑) 의원이 “폭력시위가 벌어져서 위험한데 아이를 데리고 나갈 생각을 했냐”고 비난하자 정씨는 “그럼 파도에 휩쓸려서 아기가 죽을 수도 있는데 해수욕장은 왜 데리고 가냐”고 맞섰다.
또 같은 당 신지호(서울 도봉갑) 의원이 “과자에 들어간 중국산 멜라민 파동 때는 왜 유모차를 끌고 나오지 않았느냐”고 비꼬자 “정부가 멜라민이 안전해서 수입한다고 했냐, 그렇게 해야 비교가 되지 않느냐”고 되받아쳤다.
급기야 한나라당 장제원(부산 사상구) 의원과는 날카로운 설전이 벌어졌다. 장 의원이 슬라이드를 통해 촛불집회 당시 부모 품에 안겨 울고 있는 아이 사진을 보여주며 “빗나간 모정”이라고 비난하자 정씨는 강하게 반발했다. 참고인 정씨가 계속 말을 이어나가자 장 의원은 “어디 대답이 그렇냐, 묻는 말에만 답하라”고 화를 내며 세 차례나 소리를 질렀다.
이 가운데 신지호 의원이 끼어들어 “잘 대답하라”고 참고인을 윽박지르자 증인으로 나선 안진걸 전 팀장도 “시민을 참고인으로 불러놓고 윽박을 지르면 되느냐”고 따지면서 국감장에는 고성이 오갔다. 이 때문에 오전 국감은 어수선해졌고, 조진형 위원장이 “감정을 표출하지 말라, 증인은 국정감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고 나선 뒤에야 수습됐다.
하지만 장제원 의원은 “안진걸 증인이 한 얘기는 국민의 대표인 나를 모독한 것으로 이후에 법적 대응하겠다”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