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깔스런 이야기로 멋 낸 우리 문화유산 해설
문화유산 관광해설 콘테스트
역사적 사실로 감동 창출… 예선을 거쳐 16명 참가
‘허난설헌 생가터’ 해설한 강릉의 유선기씨가 대상
유석재 기자 karma@chosun.com
지난 6일 오후, 서울 대치동 한국문화의집 대강당에선 ‘고수(高手)들의 한판 승부’가 벌어졌다.’문화유산 관광해설 콘테스트’에 참가한 전국의 문화유산 해설사들이 그동안 쌓아 온 기량을 펼친 것이다.
“이 팽나무는 마을 어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큰 나무이지요. 이 나무가 죽어가고 있습니다. 바로 환경오염! 인간의 죄로 말입니다. 이 나무엔 전설이 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570여 년 전 구포 대리마을에 김 초시라는 사람이 살았는데, 예쁜 딸이 하나 있어 이웃의 가난한 선비를 사모했습니다….” 부산 문화관광해설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인남(54)씨가 구수한 입담으로 ‘천연기념물 309호 구포동 팽나무’에 대해 해설했다.
광주광역시에서 올라온 김덕순(41)씨는 광주향교의 무형문화재인 석전대제를 해설하며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생텍쥐페리 ‘어린왕자’의 한 구절을 인용했다.
숭례문 복구 현장 길라잡이로 활동하고 있는 김명옥(32)씨는 숭례문의 역사를 사진으로 훑어본 뒤 “복구 마지막 날 여러분을 다시 안내하면서, 그 아름다운 숭례문이 다시 태어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이 올해 두 번째로 개최한 이 행사는 ‘문화유산 스토리텔링 페스티벌’의 하나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이야기’의 요소를 문화유산에 접목함으로써 관광의 차원을 완전히 달라지게 하기 위한 노력인 셈이다. 이날 예선을 거쳐 올라온 16명 참가자들(남성 6명, 여성 10명)의 평균 연령은 45.9세였다.
대상(大賞)은 ‘허난설헌 생가터’를 해설한 강원도 강릉의 유선기(38)씨가 차지했다. 옛 문화유산을 컴퓨터로 복원한 뒤 역사와 연기를 접목해 정확하게 정보를 전달했다는 점에서 심사위원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금상은 ‘진안 은수사 청실 배나무’의 이용미(56)씨와 ‘화성 축성의 가치’를 해설한 이정자(58)씨였다.
심사위원 중 한 사람인 최혜실 경희대 교수는 “감성적으로 전달하면서도 사실에 충실해졌다는 점에서 전체적인 수준이 지난해보다 나아졌다. 문화유산 해설은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감동을 창출해 내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임을 이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유산 해설사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야기를 들려주는 활동) 기법을 통해 문화유산의 가치를 소개하는 ‘이야기꾼’으로서의 해설사를 말한다. 기존 관광 안내원의 역할에서 벗어나 정확하고 깊이 있는 해설로써 특정 문화유산의 내용과 지역의 문화·역사를 전달하는 역할을 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