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시사인에 KYC 기사가 실렸길래 해당 부분만 옮겨봅니다.
이 기사안에는 나눔문화와 참여연대도 함께 소개되었지만 생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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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증유의 위기를 맞은 시민단체들이 강좌에 눈을 돌리고 있다.
가르치려는 것이 아니다. 시민과 머리를 맞대고 대안을 찾아보려는 것이다.
강좌로 과연 소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까.
김은남 기자 ken@sisain.co.kr
시민단체가 휘청거린다. 환경운동연합에서 터진 회계 부정사건의 여파는 이 단체에만 미치는 것이 아니다. 또 다른 메이저급 시민단체 관계자는 “현재 활동가 대다수가 정신적 공황 상태이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예견된 위기였기에 이들의 절망은 더하다. 현 정부의 ‘탄압’만을 탓하기도 낯뜨겁다. 시민단체의 위기를 경고하는 목소리는 이미 몇 년 전부터 끊임없이 들려왔다.
반성없는 몰락이냐, 자성을 통한 재도약이냐. 갈림길에 선 시민단체 중 최근 가오자에 눈을 돌리는 곳이 늘고 있다.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 바탕에는 “소통만이 살길”이라는 절박함이 깔려 있다. 1999년 창립 직후부터 인권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온 인권실천시민연대 오창익 사무국장은 이렇게 잘라 말했다. “돈으로 운동하던 시대는 접어야 한다. 시민단체가 살길은 학습하고 조직하는 길밖에 없다.”
강좌라는 소통의 공간이 일으키는 ‘작은 기적’을 이미 경험한 단체도 있다. 이른바 주류 시민단체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자기만의 색깔이 있는 강좌로 꾸준히 입소문을 타면서 단단하게 자리를 다진 단체들이다. 주목할 만한 강좌를 진행하는 시민단체 3곳을 찾아가 보았다.

↑ ⓒ KYC ‘평화길라잡이’ 수강생들이 경기도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사진가 이시우씨 강의를 듣고 있다.
■ KYC – 평범한 사람들의 놀라운 진화
한국청년연합회(KYC)는 민청련(민주화운동청년연합)까지 뿌리가 닿아 있는 조직이다. 1990년대 후반 전대협 등 학생운동 출신이 정치권으로 대거 이전하면서 남은 청년 조직들이 연합해 KYC를 출범했다.
운동 조직에서 출발했다지만 지금의 KYC에서는 이른바 운동권 냄새를 맡기 어렵다. 지역활동이나 자원봉사 활동에 치중하는 이들을 두고 오히려 ‘지나치게 우경화됐다’ ‘대중추수적이다’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판이다.
그러나 이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천준호 공동대표는 말한다. 1999년 단체 출범 이후 KYC도 고민이 많았다. ‘시민 없는 시민운동’의 한계를 극복해보자, 대중이 직접 주체가 되는 운동을 해보자, 논의는 무성했으나 뾰족한 대안은 없었다. 피곤하고 무력한 시간이 이어졌다.
그러나 일상과 밀착된 강좌 등을 통해 대중을 만나게 되니 그 안에서 답이 나오더라고 천대표는 회고한다. 이를테면 이 단체가 6년전부터 실시해온 ‘우리궁궐길라잡이’는 궁궐 역사와 문화를 배우는 강좌이다. 강좌를 수료하면 덕수궁 등에서 자원봉사 가이드를 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이를 위해 10만원 이상 수강료를 내고, 50시간 넘게 수업을 들어야 한다. 수료 뒤 궁궐 가이드를 하게 됐다고 해서 돈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제 돈 들여 황금같은 휴일을 바쳐가며 자원봉사를 해야 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평범하던 사람이 변하더라고 천 대표는 말한다. 스스로 학습하고 참여하는 과정에서 이들의 자발성이 오히려 극대화 되더라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조직 기반 또한 튼튼해졌다. 충성도가 높아진 회원들이 입소문을 내면서 KYC 회원 수는 꾸준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2008년 현재 3,500여명)
대학생 회원 홍재석씨(건국대 사학과)는 지난해 우리궁궐 길라잡이 강좌를 듣고 난 뒤 자신의 삶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내성적인 성격이 변했고, 역사를 보는 안목 또한 성장했다는 것이다. 강좌를 통해 KYC 활동에 자연스럽게 참여하면서 궁궐뿐 아니라 다른 사회문제에 두루 관심을 갖게 된 것 또한 그가 얻은 소득이다. 현재 홍씨는 KYC의 평화 강좌(‘평화길라잡이’), 도시 강좌(‘도성길라잡이’)를 수강하면서 우리궁궐 길라잡이 후배 수강생들을 지원하는 협력 간사 구실을 맡고 있다.
“겨우 몇 년 전만 해도 시민단체는 시민이 할 일을 대신 해주는 단체라는 인식이 강했다. 시민단체가 한 일이 마음에 들면 여기 만족해 후원을 해주는 식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시민들이 더 이상 이런 방식에 만족해하지 않는 듯하다”라고 천 대표는 말했다. 그보다는 자기가 직접 참여해 의사를 표시하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촛불시위 또한 이런 욕구가 분출된 것이라고 해석하는 그는 “참여하고픈 대중에게 장을 열어주면 여기서 대안도 나오더라. 문제 제기자들이 대안 또한 가진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KYC는 평화.도시 강좌 외에 역사 강좌 또한 진행한다(www.kyc.or.kr).
시사IN 제62호(2008년 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