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임을 앞둔 마지막 글…

By |2008-12-11T01:48:40+00:0012월 11th, 2008|옛 게시판/옛 회원게시판|

기사입력 2008-12-10 15:25 |최종수정2008-12-10 16:05

(서울=연합뉴스) 박상돈 기자 = 지난 10월 학업성취도 평가 당시 학생들의 야외 체험학습을 허락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 공립교사 7명에 대해 3명 파면, 4명 해임의 중징계가 내려져 파장이 예상된다.

서울시교육청은 9일 교육공무원 일반징계위원회를 열고 `일제고사’에 반대해 학업성취도 평가를 거부했던 전교조 소속 초등교사 6명과 중등교사 1명에 대해 전원 중징계를 의결했으며 이중 3명은 파면, 4명은 해임을 결정했다고 10일 밝혔다.

사립 중학교 교사 1명에 대해서도 해당 학교재단에서 자체 징계를 의결할 계획이다.

이들 교사들은 지난 10월 14~15일 초6, 중3, 고1 대상의 학업성취도 평가 당시 전국적으로 치러지는 일제고사에 반대해 교육당국의 방침을 어기고 학생들의 야외 체험학습을 허락,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

시교육청은 “서울의 경우 8개 학교에서 8명의 교사가 성취도평가를 방해하는 등 불법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들 교사들은 학교장의 결재를 받지 않은 채 가정통신문을 발송해 학부모들로 하여금 자녀들을 평가에 불참하도록 유도했다”고 밝혔다.

또 일부 교사는 담임학급의 학생들에게서 체험학습 신청서를 받아 학교장의 결재를 받지 않은 채 개별적으로 보관, 평가에 불참한 학생들이 집단으로 무단결석케 해 학습권을 침해했다는 게 시교육청의 설명이다.

파면, 해임은 공무원 징계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위로 파면의 경우 향후 5년간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고 퇴직금은 재직 기간이 5년 미만이면 4분의 1, 5년 이상이면 절반 감액된다. 해임시에는 3년간 공무원 임용이 제한되고 퇴직금은 전액 지급된다.

전교조 교사 7명이 한꺼번에 해임, 파면된 것은 1980년대 `대규모 해직 사태’ 이후 극히 드문 일로 지난해 `연가투쟁’에 참여했던 전교조 교사들에게도 감봉, 경책 등의 경징계에 그쳤다.

전교조 서울지부는 파면, 해임 결정을 수용할 수 없어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심사를 청구하고 행정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전교조 서울지부 김민석 사무처장은 “학생들이 시험을 보지 못하게 한 것도 아니고 학부모의 요구로 체험학습을 인정한 교사들을 파면, 해임이란 중징계를 한 게 말이 되느냐”며 “다분히 정치적인 결정으로 보며 소청심사 청구와 행정소송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kak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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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고라 펌]_ 해임을 앞둔 마지막 글

처음 일제고사에 대해 아이들과 함께 고민할 때부터,

아고라에 글을 올리고 댓글을 통해 많은 격려를 받아왔는데…

당당히 싸워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이 자리에까지 오게 되었음이, 너무나도 가슴이 아픕니다…

내일, 오전 수업을 마치고

조퇴를 쓰고,

한 시에 있을 기자회견을 위해

서울시 교육청으로 가야해요.

징계 통보를 받을 방학 전까지는 아마,

학교에 나갈 수 있겠지만…

방학을 하고 난 2월, 그리고 아이들 졸업식에는

함께 하지 못하게 될 것 같아

잠도 오지 않는 이 밤에 마지막 편지를 썼어요.

쓰면서, 울면서,

그렇게 편지를 다 쓰고,

멍하니 컴퓨터 앞에 앉아있습니다.

아이가 뉴스를 보고 제게 전화를 했습니다.

어어엉 하며 전화기를 붙들고 큰 소리로 울어버리더라구요…

‘그래, 난 당당해.’

‘혼자가 아니니까 괜찮아.’

하고 억지로 참았던 울음이,

그 아이 울음소리에 그만 터져나오고 말았어요.

“선생님 우리 그럼 헤어져야 하는 거잖아요.

졸업해도 나는 선생님 찾아갈려고 했는데…

그래서 중학교 가서 교복 입은 모습 보여드리려고 했는데…”

아,

어찌해야 하나요…

내일 학교에 가서 아이들 얼굴을 어찌 봐야 할까요…

그저, 가슴이 먹먹할 뿐…

알려주세요.

알려주세요.

지금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어머님들께 드리기 위해 쓴 마지막 편지 올려봅니다…

어머님들께 드리는 마지막 편지

처음 아이들을 만나던 날이 생각납니다.

혹시나 첫날 만났는데 교실이 어지러울까

전날 아이들 만날 교실에서 정성껏 청소를 하고

꿈에 부풀어, 가슴 설레이며, 아이들 책상 위에 꽃을 올려두었지요.

음악을 틀고, 추운 몸을 덥혀주려고 정성껏 물을 끓여두었습니다.

하나, 둘, 자리를 채운 반짝이는 눈동자들을 앞에 두고

저는 ‘인연’에 대해 이야기 들려주었어요.

너무나 소중한 인연이라고, 억 겁의 인연이라고…

그렇게, 처음 만났고,

이 좁은 교실에서 일년 가까운 시간이 지나는 동안

먹고, 뒹굴고, 한 몸 같이 지내던 시간.

그 시간들을 뒤로 하고

이제 눈물로 헤어져야만 하게 되었음을 전하는 지금 제 마음을

차마 이 몇 글자 속에 담아낼 수가 없네요…

어제 오후, 저는 서울시 교육청으로부터

‘해임’ 의 통보를 받았습니다.

교직에 처음 발 디딘 지 이제 3년.

해마다 만나는 아이들의 맑은 눈망울에

만약 신이 계시다면, 내게 이 직업을 주셨음에

하루하루 감사하던 나날이었습니다.

그런 저에게서 이제 서울시 교육청이,

제 아이들을 빼앗아가려 하고 있습니다.

해임의 이유는,

성실의무 위반, 명령 불복종이랍니다…

제가 너무 이 시대를 우습게 보았나 봅니다.

적어도 상식은 살아있는 곳이라고, 그렇게 믿고싶었는데…

옳지 못한 것에는 굴하지 않겠다고, 그렇게 이를 앙 다물고 버텼는데…

시대에 배신당한 이 마음이 너무나 사무치게 저려옵니다.

‘그러게 조용히 살지…’

왜 그렇게 살지 못했을까요?

이 아이들 앞에서 떳떳하고 싶었어요.

학원에 찌들어 나보다 더 바쁜 아이들에게,

시험 점수 잘못 나올까 늘 작아지는 아이들에게,

더 이상 우리 서로 짓밟고 경쟁하지 말자고

우리에게도 당당히 자기 의견 말할 권리가 있다고

그렇게 말해주고 싶었어요.

후회하느냐구요…?

아니요,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시대가

양심있는 사람들이 살기엔 너무나도

잔인하고 폭력적이었음을 새삼 깨달으며,

공무원으로 성실하게, 명령에 복종하며 바닥을 기기보다는

교육자로서 당당하게, 양심의 목소리를 내겠다고 다짐해봅니다.

그럼에도 다시 후회하느냐고 물으신다면…

이 폭력의 시대를 알아보지 못하고

조용히, 입 다물고 살지 못하고

이렇게 무력하게 아이들을 빼앗기는 이 모습이

가슴이 터지도록 후회스럽습니다.

울고, 웃고, 화내고, 떠들고, 뒹굴며

늘 함께했던

아이들만이 유일한 삶의 희망이었던 저는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나,

그저 먹먹한 가슴 부여잡고 눈물을 삼킵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아이들 서른 둘 얼굴이 하나하나 눈 앞을 스쳐 지나가

눈물이 쏟아져 화면이 뿌옇습니다…

이렇게 아끼는 내 자식들을 두고

내가 이곳을 어떻게 떠나야 할까…

졸업식 앞두고 이 아이들 앞에서

하얀 장갑을 끼고 졸업장을 주는 것은

저였으면 했는데…

문집 만들자고, 마무리 잔치 하자고,

하루종일 뛰어 놀자고,

그렇게 아이들과 약속했는데…

죄송합니다.

이렇게 떠나야만 하는 마음,

꼭 이해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적어도 더러운 시대 앞에

굴하지 않은 가슴 뜨거운 한 사람이 있었다고,

그렇게 여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2008년 12월 11일 목요일 한울미르반 담임 최혜원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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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길라잡이 3기로 활동하시는 최혜원 선생님께서 올리신 글입니다.

불의에 저항하는 선생님께 우리 회원들이 힘이 되어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