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금품법 관련 평화박물관 압수수색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의 입장

By |2013-05-27T05:55:03+00:005월 27th, 2013|서울KYC 뉴스|

기부금품법 관련 평화박물관 압수수색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의 입장
 
지난 5월 22일(수) 종로경찰서가 (사)평화박물관건립추진위원회(이하 평화박물관) 사무실을 압수수색하여 회원명부와 2006년부터 2012년까지의 후원금 내역을 압수해갔다. 이는 ‘정의로운 시민행동’라는 단체의 대표임을 내세우고 있는 정 모 씨의 고발에 따른 것이다, 정 모 씨는 2012년 11월 30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평화박물관을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기부금품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정 모 씨는 평화박물관뿐만이 아니라 희망제작소, 노무현재단, (재)아름다운가게, 아름다운재단, 사회복지법인 월드비전 등도 고발하였다. 정 모 씨의 주장을 보면, 시민들의 후원금을 받아 각종 공익활동을 하는 시민단체나 비정부기구(NGO)들을 앞으로도 줄줄이 고발할 태세이다.
 
정 모 씨의 고발은 부당하기 짝이 없는 것이지만, 평화박물관과 아름다운재단 등은 그동안 성실히 수사에 응해왔다. 그런데도 검찰과 경찰이 시민들의 후원으로 운영되는 단체의 근본이라고 할 수 있는 회원명부를 압수해간 것은 명백한 과잉수사이다. 수사에 필요한 범위를 넘어서 시민단체 등 비정부기구를 후원하는 시민들을 위축시키고 단체활동의 방해를 의도하는 것이라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과 경찰이 수사의 명분으로 삼고 있는 것은 정 모 씨의 고발 내용인데, 이것을 빌미로 처벌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다. 정 모 씨는 불특정 다수의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공개된 장소에서 기부금을 1,000만원 이상 모금하려고 할 때에는 반드시 안전행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 사전 등록해야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처벌한다는 기부금품 4조를 근거로 고발을 남발하고 있다. 이번 압수수색의 대상이 된 평화박물관은 소속 회원으로부터 회비 및 기부금의 대부분을 모금하고 있으며, 비회원인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일부 모금을 했다고 하더라도 이 사전등록 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
 
우선 이 모금활동 사전등록규정은 사실상 사문화되어 있는 것으로 현실에서 이 규정이 지켜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한겨레21>의 2012년 8월 31일자 기사에 따르면, 2010년 기준으로 정부에 등록된 기부금 단체는 2만9,132개이고 공익단체는 3,164개인데, 이 기부금품법 규정에 따라 모금활동 사전등록을 한 건수는 97건에 불과했다고 한다. 금액면으로 보면, 2010년 기준으로 연간 한국의 기부금 총액은 10조원을 넘었는데, 모금활동 사전등록 등을 통해 행정관청에 등록한 기부규모는 1,145억원에 그친다고 한다.
 
다음으로 실제 대부분의 시민사회단체들이 모금활동 사전등록하지 않고서 모금활동을 하고 있지만, 그동안 이에 대해 행정기관의 안내나 등록요청도 없었다. 이는 사전등록을 받도록 법에 규정된 행정기관도 이 규정을 사실상 현실에 적용해오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인데, 이는 이 규정이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진 것인지를 반증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어느 날 갑자기 한 개인이 이 규정을 내세우며 단체들을 고발하기 시작하자, 검찰과 경찰이 마치 먹이를 발견했다는 듯이 수사에 나서고 더 나아가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불구하고 압수수색까지 한 것은 정치적 의도에 따른 공권력 남용이라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시민단체를 포함한 여러 비정부기구(NGO)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후원을 통해 공익적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리고 시민들은 자신의 생각과 일치하는 시민단체의 활동에 직접 참여하거나 또는 재정적으로 후원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견해나 가치관을 실현하려고 한다.
 
시민단체 등 비정부기구(NGO)들은 기부금에 대한 소득공제를 비롯해 법률이 정한 세제혜택을 받고자 할 때에는 행정기관에 단체 운영 및 재정과 관련하여 법규정이 요구하는 자료들을 모두 제출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각 모금캠페인을 벌일 때마다 행정기관의 불필요한 간섭과 사전등록을 요구한다면 후원요청과 후원참여는 위축되고 지체될 뿐이며, 불필요한 행정비용만 발생할 뿐이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입장을 밝힌다.
 
첫째, 평화박물관을 압수수색한 검찰과 경찰의 과잉수사를 규탄한다.
무엇보다 검찰과 경찰의 이러한 조사는 시민사회단체에 대한 박근혜 정권 최초의 공안탄압이라고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평화박물관을 포함한 위의 피고발단체들은 기부금품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둘째, 나아가 이러한 검경의 과잉수사는 박근혜 정부가 누차 강조해온 ‘법치주의’의 원칙에도 크게 어긋나는 것이다. 출범 전후 탈세 등 인사문제로부터 국정원의 대선개입과 정치공작, 최근 ‘갑의 횡포와 을의 눈물’로 표현되는 불공정거래 행위, 최근 잇따르고 있는 삼성전자, 현대제철 등 거대기업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에는 꿈쩍도 하지 않거나 매우 느리게 대응하며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하면서 진보적 성향의 시민사회단체에게는 적용되지도 않는 법을 내세워 수사를 하는 것이 과연 법치주의의 원칙에 부합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법치주의란 결국 권력으로부터 약자, 소수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인데 이 정권은 거꾸로 약자, 소수자를 탄압하기 위한 도구로 법치를 활용하고 있다.

셋째, 비현실적이고 사회의 발전방향에 거스르는 기부금품법의 모금활동 사전등록 규정을 빌미삼아 시민단체 등 비정부기구의 활동을 옥죄는 것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비정부기구는 민주주의의 발전과 건강한 시민사회의 유지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될 가장 핵심적인 존재들이다. 이러한 비정부기구의 존재의 의미와 역할을 고려할 때, 일반 시민들의 시민사회단체에 대한 일상적, 계기적 후원에 대한 기부금품법의 그릇된 적용은 시민들의 활발한 사회참여와 시민사회단체의 활동을 위축시키고 결과적으로는 민주주의의 발전과 시민사회의 성장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넷째, 기부금품법의 모금활동 사전등록 규정이 시민들의 자유롭고 활발한 기부문화와 시민사회단체 활동촉진에 부합하지 않음을 정부와 정치권이 빨리 인식하고 이를 개정 또는 폐기할 것을 촉구한다.
 

2013년 5월 27일
기부금품법 관련 평화박물관 압수수색을 규탄하는 시민사회단체들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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