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 대해서, 병역 거부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본적이 없었다.
우리나라 남자애들이면 그저…. 당연히 가야지…하는게 군대였다.
돈으로..권력으로 이리저리 빠져나가는 놈들..나쁜놈들. 에라이 불평등한 세상아..하고 씹는 주제가 군대였다.
그런데,
얼마전에 알게 평화활동을 하는 친구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선언을 하고 오늘 1년 6개월을 구형받고 성북구치소에 들어갔다.
돈으로 군대를 거부한것도 아니오. 권력으로 군대를 거부한것도 아니다.
그저, 이라크 전쟁에 살상무기가 되는 우리나라 군대를 보며, 이라크 사람들의 아픔이 몸에 사무치고 또 사무치어,,,,,,
누구든 무기를 버려야 한다고 말하는 그다.
어제는 그 친구를 보내는 후원회가 있었다.
새벽 2시 넘어 들어가서도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다.
후원회에서 나누어준 그친구 이야기가 담긴 팜플렛을 읽어보면서, 병역거부에 대해 이리뒤척 저리 뒤척이며, 시계소리만 마냥 듣고있어야했다.
내가 병역을 앞둔 남자였다면,
이제 선택을 해야한다면,,,
어떠했을까…
내가 어머니라면 어떠했을까,,,
어제 후원회에서 그동안 이라크평화 단체에서 같이 활동하던 활동가가 그친구에게 보내는 편지를 같이 나누었으면 하고 옮겨본다.
먼 길 떠나는 창근에게
지난해 2월이던가요.
이라크 반전 평화팀 4진에 참여하고 싶다고 안국동 귀퉁이 낡은 건물 4층에 자리한 사무실에 찾아간 것이..
그때 사무국장이라며 인사를 나눈 뒤 반전평화팀에 대해 인간방패 활동에 대해 설명해 주던 창근씨를 보며 참 건조한 사람이란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나름대로 어려운 결정을 하고 조금은 떨리는 마음으로 찾아간 사람에게 마치 대학원 입학 설명을 해주는 교직원 같은 얼굴로 언제, 누구와 함께 출발하며, 어떤 활동을 할 수 있다고 더하지도 보태지도 않으며 간략하게 정리해 주고는 마지막은 본인의 선택과 책임의 문제라고 이야기 했던 흔들림없는 표정…
수십명이 이라크를 가고 올 때마다 그 먼 길 마다하지 않고 인천 공항을 오가며
이라크에 보낼 짐들을 꾸려주고,
돌아오는 이들의 무거운 짐과 지친 몸을 받아주던 그 얼굴,
이라크 전쟁이 시작된 지 이년이 되어가는 지금도 이라크를 위해 적어도 십년은 일하고 싶다고 말하며
군인이 되기를 거부하고 감옥으로 향하는 그 얼굴..
그 얼굴에 깃든 여일함이
어쩌면 지금 이라크를 위해 일하고 있는 작은 그물망들의 가장 깊은 그물코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아침 밥상을 마주하고 아이들에게 창근이 삼촌이 감옥에 간다고 하니
둘째 시원이가 “엄마 이렇게 생긴 감옥이요?” 하면서 젓가락으로 감옥의 쇠창살을 그려 보입니다.
늘봄이가 왜 삼촌은 감옥에 가느냐고 묻길래
삼촌은 사람 죽이는 연습을 억지로 해야 하는 군인이 되기 싫어서
전쟁이 싫어서 대신 감옥에 가는 거라고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랬더니 아이는 다시 묻습니다
“누가 삼촌을 감옥에 보내는 건데요?”
음.. 평화를 싫어하고 전쟁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이 군인이 안되는 걸 못참는 사람들이..라고…
군인이 되는 것이 무섭다던 늘봄이는
감옥은 더 무섭다고 고개를 설레설레 흔듭니다.
그러더니 이내
“이야~ 삼촌 되게 용감하다. 감옥도 가고”하고 웃음을 짓고 맙니다.
엄마가 이라크에 갔다 올때 마다 공항에 삼촌이 나와 주었던 것처럼
삼촌이 감옥에 있는 동안 같이 삼촌을 만나러 가자고 약속을 하며
아침 밤상을 치웁니다.
두 아이의 긴 생에서 감옥과 군대를 마주할 때 마다
아이들은 창근 삼촌의 선택을 기억하겠지요.
조금 더 커서 철이 들면
자신의 양심을 따르는 삶이 무엇인지에 대해
이 땅에서 어떻게 사는 것이 바른 삶인지에 대해 아파하며 묻게 되겠지요.
기억해 주세요.
그 날들에 그대의 걸음이 이 아이들에게
떨리고 떨리면서 끝내 진실을 가르치는 생의 나침반이 되리라는 것을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평화의 유산이 되리라는 것을.
어디 아이들에게 뿐일까요
빈 통장, 지친 몸, 다시 연장되고 있는 파병동의안..
이제 좀 쉬어도 되지 않겠느냐고 이라크를 내려놓아도 되지 않겠느냐고 묻고 싶은 날들
소리없이 감옥으로 길을 내는 그대 뒷 모습
그대 보내고 난뒤 더 큰 감옥에 살아가야 할 우리들에게
삶과 운동을 비추어 볼 평화의 다림줄이 될 것입니다.
그대 보내는 오늘
우리들 참 가난한 빈 손입니다.
그러나 일년 반이라 하였던가요.
감옥 문을, 평화의 문을 열고 나오는 그 날
함께 짐을 꾸려 그토록 그리워 했던 땅 아름다운 이라크로
멀고 먼 평화의 여행을 떠나는 꿈 하나 소중히 품어봅니다.
노을지는 티그리스 강변에서 크고 맑은 눈의 이라크 아이들과 웃고 울고 뛰어노는
평화의 꿈을…..
앗살라 말라이쿰
평화가 강물처럼
영신 총총
<이런일들이 있었습니다>
월요일:사무국 월요일 주례(?)회의.
화요일:빈틈없는동행 23호 발행. 허길현 회원님 사무국에서 자원활동.
수요일:궁궐길라잡이 9기 모집시작. 허길현 회원님 사무국에서 자원활동.
그리고 뜨거운 후원의 밤을 위한 계속되는 후원회 준비 작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