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사람이 뜸한 지하철이었어요. 좌석에 앉아서 책을 읽고 있는데
어떤 아저씨가 성큼성큼 걸어가더니 칸막이 문을 꽝!! 하고 세게 닫았어요.
열차 안 사람들이 깜짝 놀라든 말든 혼자 씩씩거리며 노약자석에 털썩 앉더라고요.
그 때, 예쁘장한 여학생이 다른 칸으로 이동하느라 문을 드르륵 열었죠.
“야! xx아!! 문을 왜 열어놔!!! 문 닫고 다니란 말이야!!! @$&#@*@#^%!!!!!!!”
그 아저씨는 여학생을 따라 건너편 칸까지 쫒아가서 욕을 퍼부었어요.
그러다 그 칸의 다른 사람에게도 다시 욕을 퍼붓더라고요.
“씨xx! 넌 뭐야!! $^&*%#*%#@&*%!!!!!!!”
그 아저씨는 다시 돌아와 앉았어요.그런데 앉자마자 또다시 욕을 하는 거에요.
“입 냄새나!! 입다물어!!! 이 xx야! 너 @$#*@^#%!!!!!!!!!!”
상대는 나이 많은 할아버지였고, 참다 못해 자리를 옮기셨어요.
그 할아버지는 폭언에 두들겨맞고는 기절할 것 같이 창백해져 있었어요.
하지만, 괜찮은 척 새로 앉은 자리의 옆사람에게 말을 걸더라고요.
저는 손이 바르르 떨릴만큼 화가 났어요.
그런데도 그 아저씨가 무서워 눈도 못 마주치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죠.
할아버지 옆에 앉아있던 아주머니도 눈을 감고 자는 척 하고 있었어요.
제 양 옆과 맞은편의 사람들도 모두 가만히 있었어요.
그 아저씨는 욕을 그치더니 눈을 감고 자기 시작했어요.
한동안 열차 안에는 덜컹거리는 소리만 울렸어요.
저는 제 자신이 실망스러웠어요.
‘저런 놈은 반 죽을만큼 퍼버벅 패줘야 할 것 같은데! 아, 그러다 구속되면?’
‘나에게 전기충격기가 있었으면 기절시켜서 조용히 만들 수 있었을텐데…
아냐, 그러다 잘못되서 내가 책임져야 하게 되면 어째?’
‘맞아, 그 아저씨가 행패를 부리는 동안 신고라도 할 걸.’
이런 생각만 하며,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무서워 어쩌지 못하는 어른이 되어버렸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