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박수민 인턴입니다.
이번이 벌써 세 번째 인터뷰인데요. 오늘은 예전엔 서울KYC의 대표로
현재는 KYC의 감사로 계신 오형준 회원님을 만나고 왔습니다. 따뜻한 친절이 배어있는 오형준 회원님의 인터뷰를 글로써 짧게 담아보았습니다.
-본인 소개 부탁드려요.
저는 현재 KYC에서 감사직을 맡고 있는 오형준이고요.
현재는 입시학원에서 행정업무를 맡아보고 있습니다.
– kyc를 어떻게 처음 접하셨나요?
제가 노량진대성학원에 있을 때 지금 KYC의 전신인 청년정보문화센터에 회원으로 활동하시는 여자 분이 계셨는데 그 분이 사진모임이 있다면 동강에 사진을 찍으러 같이 가자고 제안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때 처음 가봤는데 사람들 만나는 것이 재밌어서 그 해 3월부터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 당시 대표였던 분이 자원 활동으로 궁궐을 기획하시고 같이 활동을 권유하셔서 우리궁궐길라잡이 1기로도 활동하게 되었고요.
-그 전에도 우리궁궐 길라잡이 같은 활동에 관심이 있으셨나요?
저는 대학시절 국문학과여서 답사를 여러 번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국문과 답사를 가면 주로 가게 되는 곳이 아무래도 절이더라고요. 그런데 그때 같이 갔던 선배 중 한 분이 설명을 굉장히 잘해서 나도 저렇게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그래서 99년 여름에 안내에 대한 교육을 받고 10월 달에 첫 안내를 하게 되었습니다.
-첫 안내 느낌은 어떠셨나요?
제가 원래 사람들 앞에서 말을 잘하는 스타일이 아니었어요. 20~30명의 대중 앞에서 공적으로 이야기를 하려하니 목소리같이 세세한 부분도 신경이 쓰이고 그러더라고요. 근데 엄청 긴장된 모습으로 첫 안내를 마치고 나니 그때는 그런 궁궐 안내하는 활동이 별로 없을 때여서 그런지 다들 수고했다고 박수를 쳐주셔서 너무 좋았습니다. 그래서 다음 주 안내를 더욱더 기다리게 되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일주일 내내 시달린 일에 대한 스트레스를 궁궐길라잡이를 하고 나니 많이 풀리니 더욱 더 그 활동을 열심히 하게 되었습니다.
– 안내도하고 뒷풀이도 해서 더욱 즐거우셨던 것 같은데 맞나요?
네. 저희는 무보수로 활동하고 같이 뒤풀이를 갔는데 사람들 연령대는 다양해도 1기 때라 인원이 그렇게 많지는 않아서 같이 어울릴 시간이 충분했어요. 그때는 안내도 오후에만 했으니까요. 뒤풀이라고는 해도 단체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니 그 뒤풀이를 다녀오면 단체에 대한 애정이 강해지는 걸 느꼈어요. 그게 이제 15기 까지 이어졌으니 결속력은 그때보다 떨어졌지만 어쩌면 어쩔 수 없다는 생각도 들어요. 인원이 300명이 넘었으니깐요(웃음)
-이명난 회원님으로부터 뒤풀이가 ‘2부 수업’으로 불린다고 들었는데 역사이야기도 많이 나누셨나요?
뒤풀이에서 문화재와 관련된 공식적인 이야기 외에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도 많이 해요. 그래서 그걸 들은 분들이 안내에 활용하기도 하구요. 이 뒤풀이가 그냥 단순이 노는 목적이었다면 집에서 개그콘서트를 보는 게 나았겠죠. 사람들이 뒤풀이에 오는 건 이렇게 서로 나누어 얻어 갈만한 정보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활동을 하시면서 역사에 대한 관심이나 지식도 많이 느셨겠네요?
초기궁궐길라잡이에는 서울사람이 없고 지방에 사는 20․30대 사람들이 많았는데요. 안내도 하고 뒤풀이를 하면서도 배우고 또 길라잡이회원들 사이에서 자체적으로 스터디모임을 만들고, 안내잘하시는 선배기수의 분을 강사로 초빙해서 공부를 많이 하니까 역사에 대한 지식이 늘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된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저도 예전보다 많이 공부가 되었다고 느낍니다.
-혹시 궁궐길라잡이 하면서 하신 궁궐 중에 Best of Best가 있다면?
아. 저는 궁궐을 경복궁 한군데만 했어요. 그런데 다른 분들 중에는 다른 궁궐도 안내해보고 싶은 분들도 있고 해서 이궁, 다궁 제도가 생겼지요. 처음에는 궁을 옮기는 이궁밖에 없었는데 여러 궁궐을 돌며 안내하시고 싶다는 분들의 요구가 반영되어 격월로 궁을 옮기는 다궁도 생겼지요. 그러고 보면 ngo단체는 의사 결정의 유연성이 있어 좋은 것 같아요.
-가족들이 KYC회원이라고 들었어요. 어떻게 되신 건가요?
제 아내를 만난 곳이 우리궁궐길라잡이였어요. 제 아내도 저도 모두 1기로 활동했는데 거기서 서로 좋은 감정을 가지고 만나다 결혼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저희 가족이 KYC에는 부부회원으로 등록되어 있는 걸로 압니다. 여기서 사람들도 만나고 인생의 반려자도 얻었으니 KYC에는 참 감사할 따름이에요.(웃음)
-그렇군요. 오형준 회원의 트위터를 보면 약간 진보적이신 것 같은데요. 그러면 고교평준화와 같은 진보적 교육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제가 진보라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게 옳기 때문에 가야되는 것이라 생각해요. 제 직업과도 연관된 것으로 단적으로 보면 사설모의고사가 있었는데요. 그 때 당시에는 교육감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사설을 보느냐 마느냐가 결정되었죠. 그때 당시 회사입장에서는 보수적 교육감이 당선되길 원했습니다. 학원 안에서는 높으신 분들이 ‘보수적 교육감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하면, 별다른 말 안하고, 형식적으로 적당히 동조했었죠. 정작 투표일에는 진보적 교육감을 찍었습니다.(웃음)
또한 일제고사로 초등학생, 중학생들이 특정시기에 시험을 한꺼번에 치는 게 몇년전에 크게 이슈화 되었어요. “그 때는 제 아이가 어렸기 때문에 많은 생각을 하지는 않았지만 만약 내 아이가 그 때 학교를 다녔다면 나는 어떻게 했을까?” 에 대한 의문이 들곤 해요. 일제고사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저의 정치적 지향점이지만 그게 생활에서의 실천으로 이어질지는 모르겠는 거죠. 가끔 그 둘 사이의 불일치로 혼란이 오기도 하기 때문에 저는 제가 진짜 진보가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KYC의 활동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지금 KYC의 모습을 가장 잘 대변하는 건 평화길라잡이라고 생각해요. KYC는 청년단체로서 평화, 인권 같은 가치를 지키는 것이 더 우선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그런 인권과 평화와 같은 가치는 일반 시민들이 참여하기가 쉽지가 않아요. 왜냐하면 그 안에는 논쟁거리가 있기 때문이죠. 인혁당사건과 같은 일에도 어르신들과 저희가 생각하는 게 다르니까요. 범죄 예방, 어떤 일들이 우선이 될 것인지 그걸 안내 속에 풀어내는 것이 평화길라잡이가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런 게 쉽지 않기 때문에 인원도 적게 모집되는 것 같아서 안타까워요. 그래도 서대문 형무소에 자리를 잡고 최근에는 인혁당사건 때문에 만들어진 4․9평화재단 같은 곳에서 평화길라잡이측에 전시회 안내를 부탁한다는 요청이 들어왔다고 들었는데요. 앞으로 더욱 평화길라잡이활동이 활성화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또한 이런 평화길라잡이 이외의 KYC활동들은 우리나라 문화재에 대부분 치우쳐있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처음에는 다들 KYC를 문화재와 관련된 단체라고 알고 계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문화재를 보며 역사를 이야기 하고 그걸 통해 시민들과 역사 속에서 현재의 정치와 연결하여 해석하는 취지는 좋지만 좀 더 단체의 성격을 보여주는 활동들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그럼 KYC에 어떤 활동이 생기면 좋을까요?
지금 어차피 우리궁궐길라잡이가 독립해 나갈 예정이라 새로운 공익활동이 KYC에 필요하다고 봅니다. 저번에 600년 서울이라고 남산, 용산 등을 교수님과 함께 돌아보는 활동이 있었어요. 여기에는 문화재만이 대상이 아니라 최근 100년 서울의 작은 골목과 근대 문화재를 주로 돌며 교수님들이 우리가 잘 몰랐던 역사적 사실들을 알려주시더라고요. 저는 그런 것을 토대로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하나 만들 수도 있지 않을 까 생각해요.
또 하나로는 대구에 골목길을 투어하는 답사프로그램이 있었는데 거기에 온 가족이 모두 다녀왔어요. 대구는 서울보다는 발전의 속도가 느려서 그런 골목들이 아직 많이 남아있었는데 그렇게 대구의 골목길과 역사 전시회를 돌아보니 대구의 맑은 정취에 흠뻑 취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한국관광공사에도 선정된 프로그램이더라고요. 이런 걸 보면 용산, 남산을 주제로 근대 100년의 모습을 살펴보는 또 하나의 투어프로그램을 만들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한 KYC라는 청년 단체에 맞는 본연의 프로그램이 필요해요. 작년까지는 change leader라는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 담당자가 그만두어서 잠깐 멈칫하고 있는데요. 그런 활동이 다시 시작되기를 바랍니다. 청년, 20․30대를 아우를 수 있는 모임으로 그 안에서 이슈를 만들고 청년유니온과 같은 청년단체들과 함께 연대해 갈 수 있는 부분들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런 고민들이 이미 KYC안에서도 진행되고 있을 것이라 봅니다. 단체가 회원중심으로 진행되다 보니 회원들이 많은 곳에 지원을 해주게 되고 그러다 보니 이렇게 문화단체적 성격이 강한 단체가 되어버린 것 같아요. 이것은 비단 사무국만의 문제는 아니고 사무국은 이미 일이 너무 많기 때문에 그것을 운영위원들과 함께 일을 분담하는 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운영위원들은 말 그대로 운영을 도와주시는 분들이니 이런 분들이 함께 나서서 여러 문제를 분담해서 해내야 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새해 소망이나 하시고 싶은 말이 있으면 부탁드려요
올해는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KYC도 새로운 모임을 기획하고 지금 현재에 안주하지 말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단체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덧붙여 KYC의 회원들도 작년까진 해보지 않은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해보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고요. 학교 때의 저를 돌이켜보면 이것저것 많은 활동을 해봤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그 중에서 재미난 것을 찾을 수 있었고 지금 제가 속할 수 있는 곳에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이렇게 나이가 들어서도 어디에 소속되어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래서 올해에는 저도 다른 단체들도 눈여겨보고 참여해 볼 수 있도록 노력하려고 합니다.(웃음)
인터뷰후기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씨 속에서도 반갑게 맞아주시고 같이 쌀국수에 맛난 커피까지 사주시고 저희 인턴들에게는 너무나 행복한 인터뷰였습니다. 그날 처음 뵌 오형준 회원님은 친절과 배려가 몸에 베어있는 분이셨습니다. 만나자마자 오히려 인턴생활에 힘든점은 없는 지 불편한 점은 어떤 건지 물어봐주시고 커피도 직접 가져다 주시는 등의 배려를 해주셔서 편안히 인터뷰할 수 있었던 것 같은데요. 오형준 회원님을 만나서 저희는 KYC를 객관적으로 같이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던 것 같습니다. 그동안 KYC안에 있을 때는 인턴으로서 단체의 입장에서 바라보았고, 회원님을 만났을 때는 회원님의 입장에 서서 KYC를 바라보았는데요. 그런데 오형준 회원님을 만난 그날에는 회원도 인턴도 아닌 입장에서 KYC를 바라보시는 시각을 듣고 저도 그렇게 생각해보니 또 달리 단체를 바라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앞으로의 발전을 위해서는 또 이런 냉철한 시각이 역시 NGO단체를 위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또한 단체의 성격을 잃지 않고 계속 건실히 성장하기 위해서 지속적인 감시와 비판의 부분이 필요하다는 점, 회원들이 참여해서 만들어가는 시민단체인 만큼 시민들이 참여해서 같이 단체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 회의나 그런 시간 자체가 더 많이 생겨야 한다는 점들을 더욱 여실히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분들이 계셔서 2013년 KYC도 더욱 더 좋은 단체로 거듭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시고 맛있는 점심에 커피까지 대접해주신 오형준 회원님께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TIME학원에서 왼쪽부터 박수민인턴, 오형준 회원, 박형호 인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