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전쟁 위기 해소와 평화 실현을 위해 지금 행동에 나서자
한반도에서 3년간 이어진 참혹한 전쟁의 포성이 멈춘 지 올해로 70년을 맞는다. 지난 70년은 잠정적인 휴전 상태였을 뿐 결코 평화로운 상태는 아니었다. 언제든지 전쟁이 재개될 수 있다는 공포와 불안, 끝나지 않는 적대와 군사적 긴장, 그리고 이런 불안정한 상태를 이용하고 부추기는 내외의 도전들로 인해 한반도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모든 구성원들은 크나큰 고통과 비용을 감당해야 했다.
남북 정상의 4.27 판문점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 북미 정상의 6.12 싱가포르 공동성명에서 새로운 관계로의 전환에 대해 합의했을 때, 한반도의 주민들은 우리를 짓눌러온 긴장과 전쟁 위험이 사라지고 평화롭게 공존하는 미래가 열릴 수 있으리라는 한 가닥 강렬한 희망의 빛을 보았다. 하지만 남북·북미 합의에도 불구하고 상응 조치에 대한 이견으로 대화는 중단되었고, 강 대 강 대치가 격화되며 지금 한반도는 더 큰 암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불안정한 휴전 상태조차 그대로 유지될지 불확실하다. 우발적인 충돌이 핵 전쟁의 참화로 이어지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이 땅의 모든 생명과 존재들을 옥죄고 있다.
남북·북미 사이의 대화 채널은 모두 끊긴 상태다. 국제 환경도 우리를 제약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갈등 속에서 한반도가 국제적 수준의 군사적 긴장과 신냉전 대결의 대리 전장으로 이용되고 휘둘릴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긴장을 완화하고 무력 충돌을 예방하며 다시 대화 여건을 만들어낼 현실적이고 능동적인 해법은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윤석열 정부는 ‘힘을 통한 평화’를 천명하고 군사훈련 규모를 대거 확장하여 마치 상대방을 군사적으로 굴복시킬 수 있을 것처럼 선전해왔다. 하지만 한반도의 군사적 충돌 위험만 키워왔을 뿐이다. 윤석열 정부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확장억제’를 실질화하겠다며 미국의 대중국 전략에 편승하고 한국을 한미일 군사협력 체제에 종속시키는 것을 정당화해왔다. 그러나 한반도 주변의 핵 군비 경쟁과 핵 전쟁 위험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힘을 통한 압박이 가져온 결과는 북한 핵 능력의 고도화와 강 대 강으로 치닫는 상호 무력시위의 반복 뿐이다. 지금까지 윤석열 정부가 유일하게 입증한 것은 위기를 관리하고 평화를 가져올 아무런 현실적인 수단도, 역량도 없다는 것이다.
아직 충돌과 파국을 막을 시간이 우리에게 있다. 대화와 협상의 기회도 여전히 남아 있다. 상황이 악화된 이유는 새로운 관계로의 전환을 합의하고도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등 상응하는 신뢰 구축 조치를 취하기를 망설였기 때문이지, 무력시위를 덜 한 탓이 결코 아니다. 무력 충돌로 치닫는 폭주를 멈춰 세워야 한다. 보다 대범하고 유연한 신뢰 구축 조치, 선제적인 긴장 완화 조치를 통해 평화의 문을 열어야 한다. 평화를 만들기 위해 지금 행동해야 한다. 평화를 말하기 어려운 시기일수록 평화를 향한 각계각층의 의지를 모으고 평화를 요구하는 시민의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오늘 <정전 70년 한반도 평화행동>을 출범하며 우리는 요구한다. 적대를 멈추고 남북, 북미가 합의한대로 관계 개선에 즉각, 신실하게 나설 것을 요구한다. 70년 동안 지속되어온 불안정한 정전상태를 끝내고 평화협정을 체결할 것을 요구한다. 핵무기도 핵위협도 없는 한반도와 세계를 만들 것을 요구한다. 제재와 군사 위협이 아니라 대화와 협력으로 신뢰를 회복하고 갈등을 해결할 것을 요구한다. 특히 대규모 한미연합군사연습을 중단하고 평화로 가는 대화의 길을 열 것을 요구한다. 새로운 냉전적 대결을 가져올 한미일 군사협력을 멈추고 대신 한반도와 아시아가 평화롭게 공존하는 협력의 질서를 만들 것을 요구한다. 제발, 파괴적인 군비 경쟁이 아니라 시민의 안전을 위해 일하고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해 협력할 것을 요구한다.
우리는 행동할 것이다. 한반도 전쟁 반대 평화 실현을 위한 100만 서명운동에 나설 것이다. 국내 시군구 200곳과 해외 100곳 등 전 세계 곳곳에서, 온·오프라인 공간에서 각계각층 시민들의 평화선언과 연대 행동을 이어갈 것이다. 한반도와 아시아의 긴장과 대결을 고조시키는 한미연합군사연습과 한미일 군사협력을 멈추기 위한 행동에 힘쓸 것이다. 정전협정 체결 70년을 맞는 올해 7월, 한반도 평화를 요구하는 온 겨레, 전 세계 평화 세력들의 목소리가 한반도와 전 세계에서 일제히 울려 퍼지도록 우리의 행동을 집중할 것이다.
우리가 평화를 원하고 평화를 외치면 평화로 가는 길을 열 수 있다.
우리의 미래는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
<정전 70년 한반도 평화행동>에 함께 나서자.
2023년 2월 14일
정전 70년 한반도 평화행동 참여 단체 일동 (총 73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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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7961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