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길라잡이-남영동 대공분실을 가다

By |2014-11-04T03:50:42+00:0011월 4th, 2014|3% 충전소|

서울KYC평화길라잡이 아시죠? 오랜만에 활동소식 전합니다.

평화길라잡이는 매주 일요일 서대문형무소에서
평화와 인권의 관점으로 안내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서대문형무소’라는 장소의 특징을 살려
일제강점기 전후로한 시대적 상황과 역사적 사건, 인물을 중심으로
독립운동,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남북 분단 이데올로기로 반쯤 가려져있는 사회주의 독립운동의 역사를 비롯해서,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어떻게 기억할 것인지,
국가권력에 의해 희생당한 분들의 인권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
초등학생에서부터 어른들까지 공감대를 넓혀가며
평화와 인권의 감수성을 확산하기 위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몇년전에는 전쟁기념관과 오두산전망대에서도 비정기 안내활동을 했지만.
여러가지 사정으로 정례화되지 못했습니다.

지금, 서울KYC 평화길라잡이는 ‘새로운 활동’에 대해 고민 중입니다!!!!

지난 6월 근현대사아카데때 6월항쟁을 다시 배우고 남영동대공분실을 답사하면서…
“남영동 대공분실”을 시민들과 자주 찾아올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했습니다. 답사의 감동때문인지 모두가 의욕이 넘쳤네요.

남영동 대공분실은 1976년 치안본부(지금의 경찰청)가 간첩수사를 명분으로 지은 건물인데,
설계는 한국의 가장 대표적인 건축가 김수근이 했습니다.
‘남산’으로 불리던 구 중앙정보부,’서빙고호텔’로 불리던 보안사령부 대공분실과 더불어
고문수사로 악명 높았던 곳입니다.
지금은 경찰청 인권센터로 운영이되고, 주중에만 시민들에게 개방이 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아 찾는 사람도 많지않다고 합니다.

지하철1호선 남영역 플랫폼에서도 ‘남영동 대공분실’이 모습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너무 가까이, 저런 장소가 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저곳에 있다는 것을 알았던 사람들도, 너무 가까운 거리라서 놀라움이 더 큽니다.

6월항쟁의 도화선이 되었던 박종철 열사의 죽음
김근태 의원이 끌려와 모진 고문을 받았던 515호
그리고 이름없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행해진 국가폭력이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일어났습니다.
지금은 그 흔적이 많이 지워지고 있는 것처럼
우리들의 기억속에서도 잊혀져가고 있습니다.
우리사회가 그만큼 국가폭력에 의한 희생자들의 명예가 회복되고
인권이 강화되고, 사상과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서 그런 것일까.. 생각해봅니다.
지난 역사의 희생이 헛되지 않을만큼 우리사회가 성숙해졌을까… 여전히 의문입니다.


*10월 18일(토) 박종철기념사업회 김학규 사무국장님과 함께 답사

2006년 서대문형무소에서 평화길라잡이 활동을 시작했을때,
민족주의 독립운동을 넘어, 나머지 절반 사회주의 독립운동을 역사를 제대로 알자!
가려지고 지워진 민주화운동, 통일운동을 역사를 복원하자!!
시민들과 역사의 진실을 바로 알자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그리고 다시 2014년 남영동 대공분실.
현대사의 아픔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는 이 역사의 현장을
많은 시민들에게 제대로 알리고 싶어서, 다시 준비를 하려고 합니다.

쥐도새도 모르게 끌려와서 뒷문을 통과해서 들어가면 무시무시한 원형 계단이 나옵니다.
지금 여기는 어디일까? 극강의 공포감을 느끼게 할 구조가 섬뜩합니다.

남영동 대공분실의 조사실은 5층에 위치해있습니다.
다른 곳은 모두 원형이 사라졌고,
박종철 열사가 참혹한 고문을 받은 509호가 남아있습니다.

저 무시무시한 욕조와 아직도 물이 나오는 샤워기,
고문실과 어울리지 않는 화려한 타일과 섬세한 마감 작업.
바닥에 붙어 고정되어있는 책상과 의자
세상에서 가장 불안하고 불편한 침대
좁은 창문. 최고의 방음시설….
이 공간의 안고있는 무게는 언제쯤 가벼워질 수 있을까요…

좁고 긴 복도를 지나, 맨끝에 위치한 515호

여기는 1985년 김근태 민청련 의장이 고문을 받았던 곳입니다.
흔적은 모두 지워지고, 휑하게 공간만 남아있습니다.
5층 조사실은 모두 잠겨있고 509호와 515호만 개방이 되어있습니다.

4층에는 박종철 기념관이 있습니다.
5.18 민주화운동부터 6월항쟁까지 다양한 자료가 있고,
대학생 박종철의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그가 공부했던 책들, 옷, 가족과 친구들과 나눴던 편지들..
그를 아끼던 수많은 사람들이 약속했던 ‘너의 억울한 죽음. 꼭 진실을 밝혀줄게’
박종철의 억울한 죽음을 우리는 어떻게 기억하고 있나요?

멀지않은 과거의 일이고, 역사적 진실이 왜곡되어 편향되거나 축소되어있으며
그리고 공간 자체가 주는 공포와 답답함은 생각보다 어려움으로 다가옵니다.

박종철기념사업회의 도움을 받아 평화길라잡이 회원들이 답사도 하고,
당장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지만…
주말 개방이 어려운 점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어떤 관점으로 역사를 보고, 시민들과 이야기 할 것인지..
우리들의 고민도 깊어져갑니다.

지하철 1호선 남영역 바로 앞에 위치해있는 남영동 대공분실.

어둡고 무겁고 아픈, 국가폭력으로 인권을 유린했던 이 공간이
“인권”의 참된 의미와 가치에 대해서 배울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기를.
민주화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던 수많은 사람들의 의로운 죽음과 노력이
소중하게 기억될 수 있기를.
우리 활동이 그렇게 만들어갈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서울KYC가 남영동대공분실에서 어떻게 활동해 나갈지, 많은 관심과 응원부탁드립니다.